외환시장 '조용한 개입'으로 턴?

"姜재정 '환율 발언' 최대한 자제할것"
국제금융국장 밝혀…외환 라인서 합의 이룬듯
"잦은 강성 발언은 약발 떨어뜨려" 판단도 한몫

최근 환율과 외환시장에 대해 강성 발언을 쏟아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으로 가급적 공개발언을 삼갈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때문에 ‘강ㆍ최 라인(강만수 장관ㆍ최중경 차관)’ 의 불도저식 시장 개입이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7일 “강 장관이 앞으로 환율정책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환율정책의 실무 책임자임을 감안할 때 최 국장의 발언은 강 장관과 재정부 내 외환 라인이 컨센서스를 이룬 가운데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930원대에서 990원대로 정부가 원하는 수준에 근접한데다 ‘투기세력 근절’과 ‘쏠림현상 경계’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의지도 보여주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당분간 논란에서 비켜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발언이 너무 잦고 수위도 높아지면서 구두 개입에 따른 ‘약발’이 잘 먹혀들지 않는 점도 수위를 조절하기로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16일 오전 강 장관의 외환시장에 대한 불만 발언이 전해지면서 환율이 한때 995원까지 치솟았으나 오후 들어 ‘오럴(oral)효과’가 떨어지면서 989원대로 마감, 구두 개입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율 조작국’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국장은 최근 정부의 구두 개입과 관련, “우리도 환율 조작국이라는 지적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조작국은 미 재무성이 1년에 2번 의회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외환시장 현황을 파악해 지정하며 조작국으로 걸릴 경우 통상 마찰과 무역 보복이 뒤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복수통화바스켓제를 썼던 1988년 1번, 1989년 2번 등 총 세 차례 환율 조작국 리스트에 올랐지만 그 후 변동환율제로 바뀌면서 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 국장은 “수년간 원화 값 절상 수준이 타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고 올해 경상수지도 100억달러 적자가 예상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정부의 개입 정도를 가지고) 환율 조작국으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얼마 전 1,030원 부근에서 개입에 나선 점을 보면 정부가 한 방향으로만 밀어붙이려는 의도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장 개입에 대한 정당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환율을 완전히 시장에 맡겨두는 나라는 없다”면서 “일본의 경우 2003년부터 시장 개입에 손을 뗐지만 일본은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 국가이기 때문에 적자국인 우리와 비교하기는 어렵고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정부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S기세력과 같은) 표현만 보지 말고 지금 심각한 상황임을 봐야 한다”며 “자칫 우리 경제 전반이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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