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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유통 채널 업그레이드에 공을 들여 왔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이통사 위주의 휴대전화 유통구조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혹시 모를 이변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우선 이동통신사 유통채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들쭉날쭉한 가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포문을 연 건 KT였다. KT는 지난해 7월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제도를 도입했다. 어느 대리점을 가든 믿을 수 있는 공정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들이 '덤터기'를 걱정하거나 따로 발품을 팔 필요가 없게 한다는 취지다.
KT는 페어프라이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구입가격 확인 캠페인'과 '페어프라이스 신문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구입가격 확인 캠페인'은 올레닷컴(www.olleh.com)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구입가격을 정확히 맞추는 가입자들 중 추첨을 통해 매월 1,000명에게 5,000원 상당의 기프티쇼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역시 올레닷컴에서 진행되는 '페어프라이스 신문고' 캠페인에는 자신의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참여할 수 있다. 본인의 휴대전화 구입가격과 KT가 제시한 공정가격을 비교한 후 실제 구입가격이 더 비싼 가입자들은 이벤트에 자동으로 응모된다. 추첨을 통해 당첨된 매월 100명에게는 5만원 상당의 기프티쇼를 증정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1월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해왔다. 이 제도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ㆍ판매점은 휴대전화의 판매가격을 가격표 등으로 표시하고 반드시 표시가격대로 판매해야 한다. 표시가격에는 이동통신사ㆍ제조사 보조금과 대리점 마진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만큼 이동통신사들은 현장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수차례에 걸쳐 실시해왔다.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3일 직영 온라인 매장인 'T월드샵(www.tworldshop.co.kr)'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새로운 T월드샵에서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익일 배송받을 수 있으며, 야간 고객상담ㆍ14일이내 반품 보장이 가능하다. 또 이달까지 T월드샵에서 구입한 휴대전화가 45일 이내에 가입자 과실에 고장났을 경우에도 일부 자기부담금을 지불하면 20만원까지 수리비를 지원해준다.
SK텔레콤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안심 대리점'인증제도가 도입됐다. 불ㆍ편법 영업 이력이 없고 고객만족도가 평균 85점 이상인 매장을 6개월마다 선정해 공식인증 마크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물론 불ㆍ편법 영업을 일삼거나 가격표시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즉시 안심 대리점 자격을 회수한다.
LG유플러스도 최근 '스마트 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마트샵은 판매사원의 전문성과 유무선 상품 체험 가능 여부, 방문객 응대 예절과 매장환경 등 50여개의 심사 기준을 통과한 매장에만 주어지는 명칭이다.
매장 입구에 스마트샵 인증 마크가 부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연내 총 1,300여개 매장을 스마트샵으로 인증할 계획이다. 스마트샵 역시 매월 치러지는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인증을 취소당하게 된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후에 활용도가 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 중고 휴대전화 유통방안도 준비했다. SK텔레콤의 'T에코폰' 과 KT의 '올레 그린폰' 제도를 이용하면 보관만 해 오던 '장롱폰'을 1만~20여만원에 보상받을 수 있으며, 최신 휴대전화가 필요 없는 알뜰 소비자들도 이 제도를 통해 말끔하게 손질된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