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선호 살려 경영 성과/이건희·김석원자동차 매니아/김우중·현재현바둑 포석경영/정주영·구본무농사·스포츠열개인의 취향과 사업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한다. 그런데 이런 취향을 최대한 살려 경영에 반영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석원 쌍용그룹 고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두 사람이 자동차에 쏟는 개인적인 열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삼성이 기존업체들의 거센 반대를 뚫고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회장의 열정이 큰 이유로 분석될 정도다. 이회장은 스피드를 즐기며 그룹 내에서 자동차 자체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김고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차를 수집해놓고 있으며 수십년 된 흰색 작업복을 입고 차를 뜯어보고 고치는 게 취미라 할 정도로 자동차마니아다. 한번 참가하는데 수억원이 소요되는 파리다카르 랠리에 쌍용이 빠짐없이 참가하고 대량생산보다 고급품을 소량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도 김고문의 이같은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바둑경영」.
개인적으로 준프로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김회장이 펼치는 세계경영전략은 한마디로 포석경영이다. 전세계의 전략거점을 중심으로 지구촌을 거미줄 같은 시스템으로 구성하는게 바둑의 포석과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현회장이 전개하는 경영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작은데 얽매이기보다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 포석을 해나간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정도경영의 원천은 스포츠다. 구회장은 스포츠에 관한 한 국내 재벌그룹 회장들 가운데 최고의 열정을 갖고 있다. 여러 종목에서 그 자신이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스포츠는 룰이 생명이다. 구회장은 스포츠의 룰을 경영에서는 정도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LG가 여러 조사에서 깨끗한 이미지에 관한 한 국내 최고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구회장의 이런 스포츠 경영관과 무관치 않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농토를 갖고 있는 농사꾼이다. 서산 간척단지에 조성한 여의도 50배 면적의 논을 갖고 있는 것. 농사가 싫어 「가출」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궜지만 농토는 그의 영원한 고향이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