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배출권 확보에 사활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은데 줄이기는 만만찮아
업계 3년간 총 3억377만톤 배당… 예상배출량보다 3,652만톤 적어
톤당 최대 3만원 과징금 부담에 추가 지급분 획득 방안 마련도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논란 끝에 정부가 업종별 이산화탄소 배출 쿼터를 확정하면서 배출권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업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철강업의 경우 쇳물을 끓여내는 업종 특성상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고 공정상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 업체들이 사활을 건 배출권 확보 전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정부가 내놓은 할당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철강업계가 내뿜을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총 3억377만톤으로 연평균 1억톤 꼴이다. 이는 석탄이나 가스를 떼 전기를 만드는 전환(발전·에너지) 부문의 할당량 7억3,585만톤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만큼 철강업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뜻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종의 할당량은 철강의 10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철강업종이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34개 철강업체(철강협회 등록사 기준)는 정부가 연차별로 지급한 '파이'를 나눠 갖게 된다. 각 업체에 주어진 배출권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면 톤당 최대 3만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배출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수록 기업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업계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우선 절대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다. 철강업체들은 정부가 철강업종에 제시한 3년 할당량이 예상배출량(3억4,030만톤)보다 3,652만톤가량 적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톤당 과징금을 3만원으로 가정해 곱하면 2017년까지 업계 전체에 1조958억원의 부담액이 발생한다. 남정임 철강협회 팀장은 "정부가 최초 계획안보다 할당량을 조금 늘려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상 산출량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발(發) 철강 과잉생산에 따른 수익성 저하도 고민거리다. 가뜩이나 중국산 제품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판에 이산화탄소 부담액이 발생한다고 해서 이를 원가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강보다 배출권 부담이 큰 발전업종의 경우 전기요금을 올려서라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철강업은 판매가격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각자도생의 길이다. 큰 틀이 정해진만큼 그 안에서 배출권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향후 절차를 보면 각 업체들이 정부에 10월까지 할당신청서를 제출한 뒤 정부가 이를 심의해 배출권을 나눠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배출권을 더 확보하기 위해 이미 외부 컨설팅 업체와 신청서 작성작업을 벌이는 업체도 있다"며 "정부 할당물량 외에 추가 지급분을 따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업체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경쟁의 총성이 이미 울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간 정부 할당량의 0.1%인 10만톤만 더 따내도 해당 기업은 연 30억원(톤당 3만원 기준)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용 절감은 둘째치고 할당 물량이 그동안 진행해온 대관업무 및 내적업무 역량을 평가하는 '성적표'의 성격을 띨 수 있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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