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단합을 위해 사무국을총괄하는 상근부회장 자리를 LG그룹이나 현대차그룹 인사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잡고 막바지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주 전경련 총회에서 2년 임기의 회장직에 재추대된 강신호 회장은 LG그룹, 현대차그룹으로부터 각각 상근부회장 후보를 추천받았으며 '복수' 상근부회장제 도입 또는 상근부회장-전무 영입 등의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두 그룹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삼성, SK그룹과도 직접 접촉해 상근부회장을 LG그룹이나 현대차그룹 인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LG나 현대차그룹에서 추천한 인사의 이름에 관해서는 철저히함구하고 있으나 두 그룹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이며, 현직 부회장급은 아니지만 그룹내에서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이 천거됐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경제계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고 재계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상근부회장 선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강 회장이 LG와 현대차그룹에 간곡하고 진실하게 상근부회장 후보를 천거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적절한 인물이 추천되면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언질을 줬다"면서 "LG나 현대차그룹에서 상근부회장이 나오고 두 그룹이 전경련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면 재계의 단합은 절반은 달성된 셈이 된다"고말했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의 회장추대를 고사하면서 "회장이 된 것 이상으로 전경련 일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해이미 협력이 담보된 상태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이번 회장단 개편에서 회장단 일원으로 참여할 것이 확실시돼 이른바 '빅4' 체제가 되면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경련 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강 회장이 전경련 고문 등 재계 원로들과 협의하며 상근부회장 인선을 직접 관장하고 있으며, 상근부회장을 제외한 회장단 개편은 효성 조석래 회장,삼양사 김 윤 회장 등이 참여하는 전형위원회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명관 상근부회장은 이르면 28일, 늦어도 주 중반 이전에 기자간담회를갖고 용퇴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003년 2월 손병두 부회장 후임으로 전경련 사무국을 이끌어온 현 부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장,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등을 거쳐 일본담당 회장을 맡다 삼성의 추천을 받아 상근부회장을 맡은 점 때문에 재계 일각으로부터 "전경련이 삼성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비난이 제기될 때마다 곤혹스러워 했으며 삼성그룹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손 전 부회장은 물러난 뒤 1년간 전경련 상임고문을 맡은 전례가 있으나 현 부회장은 전경련을 곧바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