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중국 어선...세월호사고 틈타 연평도 어자원 싹쓸이

불법 조업 단속 해경 특공대는 진도 파견
연평도 주민 “너무 가까워 말소리도 들려…우리 자원 싹쓸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으로 정신없는 틈을 타 중국 어선들이 인천 연평도 앞바다를 점령하고 있다.

본격적인 조업 철을 맞아 지난달 10일께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중국 어선 120여척은 어느새 선단을 이뤄 연평도 앞바다에 진을 쳤다.

이들은 날씨 좋은 주간 시간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꿈쩍도 않고 머물다가, 안개 낀 날이나 야간에 이남으로 넘어와 우리 어자원을 싹쓸이해 가고 있다.

연평도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인천해경 특공대는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을 위해 진도 현장에 파견됐다. 대신 122구조대가 투입돼 불법 조업을 단속하고 있다.

연평도 주민 황 모 씨는 2일 “너무 가까이 오면 군에서 퇴거 명령 방송도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다 무시한다”며 “얼마나 가까이 진을 쳤는지, 날씨 좋을 땐 어선에서 하는 말소리까지 들린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황금어장을 다 쓸어가 잡을 게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안강망 어선을 타는 박모(59)씨는 “낮에는 중국 어선들이 NLL 이북에 있어 단속할 수 없고, 밤엔 너무 어둡고 위험하니까 해경도 손 쓰지 못하고 있다”며 “한 달 동안 100척이 넘는 중국 어선 중 1∼2척 정도 검거하는 걸로 아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도, 군에서 경고사격을 해도 도대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 어선들이 저인망 싹쓸이 어선으로 황금어장을 다 쓸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최근엔 해안가에서 돌팔매질하면 중국 어선이 맞을 정도로 가깝게 와 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서해 5도를 남북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통발어선 선주인 장 모 씨는 “그제 보니까 해안가에서 중국 어선들이 200∼300m 정도 떨어져 있더라”며 “해경이 해군과 함께 가끔 NLL 인근까지 나가서 단속하는데 그때 잠깐 이북으로 피했다가 또 내려온다”고 했다.

인천해경의 한 관계자는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에 공백이 없도록 122구조대를 특공대와 똑같은 인원수로 교대 투입하고 있다”며 “현장 인력으로부터 보고받은 바로는 어선들이 그렇게까지 앞에 나와 있진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