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근로자 뿔났다

IBM 사태로 중국 노동시장 기류 변화 확연

중국 IBM 현지공장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계기로 중국 노동시장의 달라진 기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노동자들의 인권 의식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블루컬러 계층 젊은이들은 갈수록 줄고 있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급증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선전에 위치한 미국 IBM 서버 공장의 노동자 1,000여명이 지난 한 주 동안 작업을 중지하고 회사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 레노버가 미 IBM의 서버 사업 부문을 2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IBM 선전공장 역시 인수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것. IBM은 공장 노동자들이 레노버로 소속을 옮기거나 이를 반대할 경우 보상금을 받고 퇴사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IBM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가능성을 이유로 레노버로 이전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중국 내에서 ‘노동자행동주의’가 확대되면서 지난 5년간 중국인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이 폭발하고 있는 점을 시위의 근본 배경으로 꼽았다. 로이터는 “오랫동안 착취당해 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최근 들어 그들의 권리를 깨닫고 뭉치고 있다”며 “단체행동에 대한 개념을 점점 더 이해하면서 ‘힘의 균형’에 변화가 나타나고 시위도 폭증세”라고 말했다.

실제 홍콩소재 인권단체인 중국노동자회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중국 내에서 발생한 노동자 시위는 1,171건에 달했다. 지난해 8월 산둥성 미국 쿠퍼타이어 공장에서는 중국 업체인 아폴로타이어의 인수 제의에 반발한 중국인 노동자 5,000여명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 생산라인이 마비되고 결국 인수제안이 철회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쿠퍼는 이로 인한 영업익 손실분만 2,9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노키아 둥안 공장 역시 스마트폰 사업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관하겠다는 발표가 나간 뒤 “중요 기업행위에 노동자들의 의사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소요 사태를 겪었다.

1979년 시작된 한 자녀 정책의 여파로 공장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도 노동시장 변화의 한 원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내 대학 입학자 수는 4배 가량 증가해 주요 공단의 구인난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40세 이상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는데다 공장보다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점도 젊은 노동자들의 몸값을 더욱 끌어올렸다. 실제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10년간 명목 기준으로 5배,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3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이 같은 쟁의행위가 국영기업 대신 외국계 기업에 특히 집중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외국기업에 더 엄격한 당국의 잣대와 중국 내 반외자 정서 등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노동자 시위는 특히 외국 기업에서 폭발했다”며 “쟁의 주제도 미지급임금 등에서 노동 계약의 적정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공안이 간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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