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경영권 지키기 '발등에 불'

자회사 지분 높이기 잇따라

지주회사들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증시에서 우량 자회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들이 부각되며 주가도 상승했으나 지주회사의 소유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 증가보다는 주주들, 특히자본을 앞세운 외국인 주주들의 경영 간섭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테마'마저 등장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알려지면서 지주회사들, 특히 자산가치가 저평가됐으나 지배구조가 취약한 회사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영업실적을 점점 중요하게 여기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도 지주회사들의 부각을 도운 원인이다. 더구나 올들어서는 옛 LG그룹이 LG그룹과 GS그룹으로 분할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돼 `지주회사 테마'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부실한 지배구조를 틈타 국내 우량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 투자자들마저 나타나자 지주회사 테마는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연관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따라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지주회사 주가는 올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3만7천200원이었던 농심홀딩스[072710]는 한때 6만원선을 돌파하기도했으나 지난 주말 5만6천400원을 기록했다. 1만6천200원이던 세아홀딩스[058650] 주가 역시 1만9천원으로 뛰어올랐다. 올초 이 종목이 1만1천원대까지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STX[011810] 또한 4천575원에서 7천700원으로 급등했고 재벌그룹 지배구조의 중추 역할을 하는 대표적 상장사인 삼성물산[000830]과 SK[003600]의 주가 역시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 지주회사들 `경영권을 지켜라' 지주회사들은 자칫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적극적인 `경영권 지키기'에 나섰다. 농심홀딩스는 자회사인 율촌화학 지분이 작년 말 30.95%에 그치자 경영권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164억7천만원을 투입,지분율을 9.37%포인트 끌어올렸다. 세아홀딩스도 세아메탈 지분이 이미 50%가 넘는데도 장내에서 391만3천562주(3.54%포인트)를 사들여 지분율을 55.99%로 높였다. 지분 경쟁을 겪으며 경영권 방어에 민감해진 STX는 자사 주식을 갖고 있던 텔콤과 엔토스정보기술을 계열사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지분율 27.52%에서 33.93%로 올려 경영권을 강화했다. 또 자회사인 STX조선과 STX엔진이 작년 말과 올 초 상장된 뒤에도 주식을 계속매입해 지분율을 40.12%와 30.15%로 각각 3.04%포인트와 9.24%포인트 높였다. 이 밖에 동화홀딩스와 다함이텍도 최대주주 지분이 각각 55.05%와 41.09%로 꽤높은 편인데도 1.05%포인트, 2.59%포인트 더 높였다. ◆`사실상 지주회사'들도 바빠졌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매입이 시작됐다. 삼성SDI는 9∼10월중 700억원을 투입, 시장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겠다고밝혔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이 금액은 삼성물산 491만주를 취득할 수 있는 금액으로 이경우 삼성SDI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은 현재 4.52%에서 7.58%로 늘어난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16%대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외국인 보유 지분이 45%에 달하고 있어 경영권이 취약한 상태는 여전해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강구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도 김승연 회장 측의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이 활발하다. 김 회장의 장남 동관씨 등 3형제는 지난 8월 ㈜한화로부터 보유한 자사주 262만주를 넘겨받아 보유 지분을 36.0%로 늘렸다. 증권가에선 김 회장 지분이 ㈜한화에만 집중돼 있어 향후 그룹의 기업가치 증대가 ㈜한화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과 대주주 지분이 낮다는 측면에서 ㈜한화의 대주주 지분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CJ홈쇼핑, CJ푸드시스템, CJ엔터테인먼트, 제일투자증권 등의 계열사 지분이 많은 ㈜CJ도 대주주 지분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5.13%에 불과해 장차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대주주 지분 매입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최윤정.김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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