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MK '스피드경영'의 미래

[기자의 눈] MK '스피드경영'의 미래 이진우 기자 rain@sed.co.kr "고장 나지 않는 차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00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이렇게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에서 '저품질ㆍ저가차'라는 오명 속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난국 타개를 위해 차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3~5년 뒤 무상수리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찬성하는 사람을 쉽게 찾기 힘들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살 길은 해외 시장밖에 없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해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2004년. 현대차는 품질평가에서 일본차에 버금가는 차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해외에선 'MK의 품질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줬다. 정 회장은 크고 작은 반대에 부닥쳤던 중국 진출과 미국 앨라배마, 동유럽 공장 건설 등의 과정에서도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글로벌경영을 가속화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리더십은 그러나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해외에서 관심을 받던 'MK식 리더십'이나 '스피드 경영'은 국내에선 오히려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정 회장 부자의 검찰 소환 등을 전후해 현대차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사태가 그리 간단치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벌써부터 딜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는 잇단 주문취소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협력업체들이 '공동운명체'란 표현까지 써가면서 선처를 호소한 것도 따지고 보면 'MK식 리더십'의 붕괴가 가져올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정 회장은 단순한 '오너'가 아니라 경영현장과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직접 경영자'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공평하고 엄격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이것이 자칫 한국의 대표적 산업인 자동차의 엔진을 멈추게 하는 '교각살우'의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입력시간 : 2006/04/23 16:37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