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출 꺼리는 은행에 국유화 엄포

RBS은행 잔여지분 매입 검토… 기업대출 확대 압박

영국 정부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은행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이른바 전면 국유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대출 확대를 종용하는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오히려 대출을 줄이는 등 영국 은행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이에 격분한 정부가 'RBS 국유화 카드'로 은행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관련부처 장관들이 현재 민간투자자가 가진 RBS 잔여지분 18%를 50억파운드에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RBS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영국 재무부가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로 하는 등 대출확대를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은행 창구에 직접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지시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은행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RBS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다른 대형은행들에도 대출을 확대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 있어 영국 정부가 국유화를 적극 검토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FT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영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좋지 않았고 RBS의 대차대조표에 문제가 있어 RBS의 전면 국유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RBS의 완전 국유화가 실제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분인수를 위한 재원마련에 있어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재무부의 수장인 조지 오즈번 장관 역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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