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교섭을 연내 개시키로 합의한 것은 잘한 일이나, 2005년으로 타결 목표시점까지 정한 것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다. 한ㆍ일 FTA는 통상확대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부작용의 소지도 많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 FTA를 가급적 많이 체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누차 개진했지만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서두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한렝?FTA가 체결되면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규모와 기술력이 앞선 일본이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외국인 투자확대, 일본시장 진출 등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무역적자 확대, 기술종속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ㆍ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0.22~0.33%포인트 증가하고, 중장기적으로 0.82~1.90% 포인트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일무역적자가 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일적자가 줄고, 한국의 전체 교역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면 양국간 기술격차로 인해 자칫하면 우리나라 산업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고착화 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한일 FTA가 양국에 균등한 이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국간 교역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돼야 하고 일본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일본이 FTA 체결에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만큼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이에 대한 담보를 확실하게 받아야 할 것이다.
한ㆍ일 FTA는 결국 한ㆍ중 및 한ㆍ중ㆍ일 3국간 FTA 협상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협상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를 아시아, 나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3국의 목표가 일치하지만 헤게모니를 누가 잡느냐는 문제를 놓고서는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고, 산업기술적으로도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위치한 한국은 한ㆍ중ㆍ일 FTA에서 주도역할 보다는 조정역할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한일 FTA는 우리가 일본보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한ㆍ중ㆍ일 3국간 FTA 협상 결과는 우리가 동북아 중심국이 되느냐 아니면 변방국이 되느냐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