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장 초반 720선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가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악재에 한때 3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10위권 종목인 내츄럴엔도텍이 하한가로 급락하자 코스닥 과열에 대한 불안심리가 발동하면서 연쇄 매도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건이 시장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연초부터 30% 이상 급등하면서 고점 논란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정 빌미를 찾던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실적 추정치의 상향조정 등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추세적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이날 투자주체별로 개인은 1,068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40억원, 399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외국인이 장중 한때 1,000억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쏟아내며 시장을 빠르게 위축시켰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츄럴엔도텍의 악재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 전반으로 매도 심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이 시장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32개를 조사한 결과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올 들어 전날까지 90%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12위까지 올랐던 내츄럴엔도텍은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시장 전체로 충격이 전이되면서 셀트리온(-0.93%), 파라다이스(-2.43%), 메디톡스(-2.16%), 산성앨엔에스(-2.6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과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코스닥 시장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장 막판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고점에서 크게 흔들리는 것은 결국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차익실현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조정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투자자들이 과열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오늘 이슈가 불안심리 확산의 불길을 지핀 것"이라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이제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이슈로 코스닥의 추세적 상승 분위기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발성 악재에 대한 일시적 현상으로 유동성 흐름이나 대내외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급락 후 바로 주가를 회복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체력이 과거와 다름을 증명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가 마치 과거 황우석의 줄기세포 사태를 연상하게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순간적으로 동요했던 투자자들이 매도폭을 줄인 것은 과거에는 실체가 없는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에 넘쳐났지만 지금은 셀트리온·바이로메드·한미약품처럼 국제기관의 인증을 받을 만큼 투명해진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우진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시장에 대한 밸류에이션 논란이 있지만 상장사들의 실적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며 "과거와는 다른 체력으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