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패션] 번지점프를 하다.

'80년대 향수' 복고풍 의상 총집합'그대여, 내 목소리 기억해둬, 너의 눈빛 나는 기억 할 테니. 우리가 다음 세상에 만나면 첫눈에 알아볼 수 있게.'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는 운명적인 사랑은 결국 죽어서도 다시 태어나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80년대 복고풍 의상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두 주인공이 대학시절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패션 아이템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인우(이병헌 분)와 그의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어깨까지 내려오는 더벅머리다. 그들은 또 일자 청바지, 흰 운동화, 꽃무늬 셔츠로 뛰어난 패션 감각(?)을 과시하기도 한다. 입영열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에서 서성거리는 인우는 안감에 솜을 넣은 청재킷에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으로 촌스러운 복고풍을 연출해 낸다. 여주인공 태희(이은주 분)는 긴 웨이브 머리를 하얀 손수건으로 질끈 묶어 청순한 이미지다. 비오는 날 인우를 처음 만나던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하얀 셔츠에 무릎위로 올라오는 미니 스커트는 8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코디법.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에 끈 달린 하얀 운동화와 흰 양말, 굽이 낮은 검은 색 가죽 단화 등 여주인공 태희는 80년대 여대생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해 낸다 . 또 두 주인공이 입고 있는 두꺼운 실로 직접 짠 스웨터는 동그란 단추와 털뭉치로 멋을 내 촌스럽지만 포근한 느낌이다. 이 영화는 결국 17살 남학생으로 환생한 태희와 남자 주인공 인우가 함께 자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어 사랑한다'는 인우의 마지막 말과 함께 80년대 복고풍의 의상이 인상적인 영화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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