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박근혜 마케팅'의 한계


결국에는 '박근혜'였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파문으로 구석에 몰린 여권은 '박근혜'라는 필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읍소했다. 주요 당직자들도 '1인 피켓 유세' 등을 통해 '박근혜 구하기'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박근혜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부산·인천·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정치권 곳곳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했다"는 평이 나온다.

낯선 현상은 아니다.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위기의 순간에 여권을 구해냈다. 이어 치러진 18대 대선에서는 본인이 직접 출마해 난관을 뚫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총사령관으로서, 그리고 선수로서 연달아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지방선거에서는 대국민담화·인사혁신 등의 적절한 '후방지원'으로 여권에 힘을 실어줬다. 그 어떤 방식으로든 '박근혜'는 선거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대가가 너무 크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10여년째 반복된 '박근혜 승리공식' 전략에서 단 한 발자국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과 변화 대신 대통령의 눈물만을 유권자의 가슴에 아로새겼고 "한 번 더 박근혜"를 부르짖으며 과거로 회귀하는 길을 선택했다. 향후 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 없이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성찰 과정 역시 생략됐다. 새누리당은 마치 '박근혜 마케팅'이 천년만년 효과를 낼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부터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아울러 새누리당의 '1인 선거 전략'이 계속 반복되는 현상은 국민 모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는 건강한 정책을 만들어 홍보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집권여당이 감성 마케팅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 당시에 주요 화두로 떠올랐던 '무상복지' '경제민주화' 역시 당초 야권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내용이다. 냉정히 말해 여권은 지금까지 야권의 정책 공세를 적절히 수용하고 효율적으로 방어한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라도 2014년 지방선거를 '박근혜 마케팅'의 '마지막'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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