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은 29일 본회의에서 '전사'했지만 정치권에 남은 파장은 상당하다. 우선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온 국무총리와 내각•청와대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여당 내부에서는 계파의 사활을 건 본회의 표결로 다소 불분명했던 두 계파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날 의사록에 남은 국회의원의 찬반 명단은 차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에게 주요한 선택의 잣대가 되리라는 예측도 공감을 얻고 있다. ◇당•정•청 개편 신호탄=세종시 원안 반대를 소신으로 삼았기에 국무총리에 발탁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정운찬 총리는 금명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세종로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 후 세종시 수정안에 '올인'한 만큼 수정안 폐기로 인한 입지 약화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정 총리가 물러나느냐 마느냐이다. 그동안 정 총리는 주변 인사들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수정안 부결시) 책임을 지라고 하면 책임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 따라 정치권, 특히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사퇴촉구가 이어질 경우 자리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도 시작되리라는 게 여권 내부의 예상이다. 이후 장수 장관을 중심으로 개각 또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 중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새로 뽑고 개각은 7ㆍ28 재보선을 전후로 시작해 9월 정기국회 직전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게 여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려면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개각에 부정적인 청와대 기류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친이ㆍ친박 경계 긋다=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따라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처음으로 경계선을 확실히 긋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온 일부 의원들까지 비로소 양 계파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친이계 일부가 '오기 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을 끝내 본회의에 올린 까닭은 이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한 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본회의 반대 토론을 신청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정책이 쉽게 뒤집히면 그로 인한 국력 낭비와 행정의 비효율은 수정안이 우려하는 행정 비효율보다 훨씬 크다"면서 "한쪽(친이)은 국익을 생각하고 다른 한쪽(친박)은 표를 생각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5분간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세종시는 2년 뒤 대선과 이듬해 총선에서 다시금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본회의 회의록에 남은 찬반 명단은 그때 친이•친박, 여야가 서로를 공격할 빌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원안에 반대했던 친이계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본회의 찬반 명단을 두고 두고 기억했다 역사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