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되기 전후로 주주들에게 은행 경영에 대해 시종 낙관론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인 부실이 심각해 외국자본 유치가 불가피했다는 금융당국과 외환은행의 최근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은 당시 주주들을 속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 2003년 3월 1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 해의 경영목표로 당기순이익 3천억원, 고정이하여신비율 2.0% 이하, BIS비율이 10% 이상 등을 제시했다.
이어 같은해 8월 30일 열린 정기주총에서도 외환은행은 영업실적이 전년보다 양호하다며 연말 BIS비율이 10%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3월말 8.55%, 6월말 9.56%에 달해 연말에는 10%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인 7월 21일 외환은행은 금융감독원에 보낸 5장의 팩스에서 연말 BIS비율이 6.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여 금융감독위원회에 론스타 지분인수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당시 외환은행이 BIS비율 하락의 요인으로 제시한 외환카드도 각각 3월과 8월에 열린 주총에서 '실적개선'이나 '안정적인 자산포트폴리오' 등의 용어를 써가며 낙관론을 제시했다.
결국 외환은행은 당시 금융당국에 자본유치가 절실하다며 '구조 요청'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일반 주주들에게는 경영상황이 계속 나아질 것이라며 안심(?)을 시킨 셈이다.
물론 대주주인 한국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의 경우 속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 경영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반주주들에게 시종일관 낙관론을 강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당시 외자유치가 없었다면 부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최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주들을 속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주총에서 낙관론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실적으로 금감원과 주주들에게 같은 전망치를 제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