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약 1,700만대로 세계 14위다. 지난 1997년 7월 1,000만대 시대에 들어선 이후 약 12년 만에 1,700만대 시대를 맞았다.
자동차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히 교통사고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교통사고 처리에 있어 증거부족으로 명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차량에 설치돼 있다면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언론에서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이슈화하고 있다. 주차안내원과의 접촉사고 원인에 대해 오랜 시간 다툼이 있었으나 블랙박스 증거영상으로 주차안내원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 사례가 있었다. 또 하나는 트럭과 승용차가 충돌해 승용차에 탑승했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였는데 블랙박스로 원인이 규명되기도 했다. 트럭운전사는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 수사가 어려웠으나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준 블랙박스 동영상으로 트럭운전사의 위반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듯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고를 입증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도 단순히 사고당사자의 말과 목격자의 증언만으로 처리가 어려웠던 사고를 차량용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동영상자료를 통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2월에 헌법재판소는 뺑소니ㆍ중앙선침범ㆍ음주운전 등 10대 과실이 아니면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할 때 자신이 주의운전을 했음을 입증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로써 ‘차량용 블랙박스’가 운전자 사고입증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블랙박스 의무장착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인천 지역 택시에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이미 설치돼 있으며 서울시에서도 의무장착 지원조례가 통과돼 조만간 택시와 버스에 장착될 예정이다. 또 보험회사에서 차량용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보험료 할인(약 3%) 혜택을 속속 주고 있어 보급 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의무장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오는 2010년부터 모든 차량에, 미국은 2011년부터 4.5톤 이하의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해외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고의 올바른 처리로 개인적인 재산상의 보호도 가능하게 하지만 보급이 증가할수록 교통사고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