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변화 기로에 선 중국 경제·외교 전방위 진단

■ 차이나 3.0(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청림출판 펴냄)


중국의 현대 역사를 30년 단위로 분절해 살펴보자. 1949년 중국 건국후 마오쩌둥이 집권했던 1978년까지를'차이나 1.0', 이후 덩샤오핑의 집권부터 개혁·개방의 시기를 지나 세계 금융위기까지의 시기를'차이나 2.0', 그리고 2009년 시진핑 총서기의 등장 이후를'차이나 3.0'의 시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오쩌둥의 차이나 1.0 시대가'투쟁'의 시기였다면 덩샤오핑이 열고 장쩌민·후진타오가 이어받은 차이나 2.0 시대는'제조'의 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오늘날 시진핑의 차이나 3.0 시대는'소비'의 시기로, 향후 10년 간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 등 의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국내 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대륙은 엄청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신(新) 중국을 건설하기 위한 중국 지식인들의 뜨거운 논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변화의 시작은 경제 부문이다. 투자와 수출에 의존했던 성장 전략을 소비와 내수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옮겨가기 위해 구조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리코노믹스'(리커창 중국 총리의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성장의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까'에서부터 '국가 권력을 어느 정도 시장에 내줄 것인 가''계획경제인가 시장경제인가'등을 놓고 시장과 자율을 주장하는 신우파와 국가의 개입과 계획을 중시하는 신좌파로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외교의 큰 틀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차이나 2.0의 시대에는'도광양회'가 핵심이었다. 가급적 국력을 숨기면서 실력을 기르는데 매진했다. 어느덧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그 힘을 조금씩 밖으로 뻗치려 하고 있다. 차이나 3.0시대를 맞아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자국이 G2로 성장한 현실에서 저자세 외교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향후 어떤 외교 노선을 선택할지를 두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서방 세력과 맞서지 말자는 방어적 현실주의자들과, 미국 등 여타 국가가 만들어 놓은 일방적 틀 속에 머물 것이 아닌 새로운 외교 규칙을 정립할 때라는 관여적 세계주의자들이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차이나 3.0'의 시대, 중국은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고되는 중국의 성장과 향후 행보, 이것이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을 것인지 날카로운 진단을 더했다. 눈 앞의 단기적 변화가 아닌 장기적 차원에서 중국의 큰 그림과 발전 방향을 읽고, 차이나 3.0의 시대가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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