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고…기관은 사고… IT주 엇갈리는 매매패턴 왜?


최근들어 정보기술(IT) 관련주들에 대한 국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패턴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당분간 IT 업종의 실적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관련 종목들을 내다파는 반면 국내 기관들은 실적 둔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3ㆍ4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한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전기ㆍ전자업종을 3,945억원 어치 내다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로 볼때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4,393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IT업종이 외국인들의 ‘홀대’를 받은 것이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투자자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일부터 20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은 전기ㆍ전자업종을 3,333억원 사들였다. 사실상 외국인들이 내놓은 매물을 기관들이 거둬들인 셈이다. 더욱이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5,463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기관투자자는 결국 IT 관련주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내 IT기업들에 대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업황 둔화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IT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 2ㆍ4분기까지 빠른 실적개선에 성공했지만 올 3ㆍ4분기를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까진 실적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는 점은 국내외 기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미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보다 4.19% 줄어들 것으로 나타난 데다가 LG전자의 경우는 휴대폰 사업부문의 부진 때문에 큰 폭의 영업적자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증권사들도 국내 IT업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한 외국계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국의 소비경기가 연말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경우는 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실적과 무관하게 현 IT 관련주의 주가가 저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실적 둔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현 수준 보다 더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IT기업 접근성이 뛰어나다 보니 하반기 실적 둔화 우려에 대한 반응은 이미 끝난 상태”라며 “기관투자자의 경우 연말부터 있을 모멘텀 변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실적 등을 완전하게 확인 후에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미국 소비 회복에 대해 아직까지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올 연말이면 미국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강한 기대를 갖고 있다”며 “기관의 움직임이 보통 외국인 보다 빠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주가에 반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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