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사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최후의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이다.” 경영의 ‘구루(guru)’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미래 환경에서 문화산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화콘텐츠를 신성장동력산업에 포함시키는 등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쉽게도 이전 발표된 정책들과 별 차이가 없다. 여전히 문화콘텐츠산업의 기반구축에 대부분의 정책자원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저만치 앞서가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해서 기반구축 타령만 할 것인가.
물론 새로운 분야가 산업으로서의 제도와 틀이 갖추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정책수단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반구축에 투입되는 정책자원의 반의반이라도 해외마케팅에 동시투자를 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팔아먹을 콘텐츠가 없고 이 분야에는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마케팅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 무역협회가 발표한 문화콘텐츠 수출동향을 보면 수출 증가율이 지난 2003년 이후 계속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콘텐츠의 기존 주력 시장인 일본ㆍ중국 및 일부 동남아 지역 국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의 시장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직 우리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등 미개척 시장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KOTRA와 중소기업청이 오는 29일 쉐라톤 워커힐에서 개최하는 ‘코리아 미디어&콘텐츠 마켓’ 행사에 34개국 200명의 참가를 신청했다. 미국ㆍ유럽은 물론 멀리 중남미ㆍ중동 및 아프리카에서까지 바이어들의 신청이 쇄도했다. 디즈니ㆍ소니ㆍ니켈로데온 등 글로벌 기업들도 상당수 신청을 마쳤고 유럽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들과 공동제작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콘텐츠가 없으면 기존 콘텐츠를 새로운 시장에 팔고 이를 통해 번 돈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선순환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 콘텐츠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고 기반구축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