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다시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값이 크게 떨어져 이사를 못하는 등 전세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강남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이 계속 오르는데 대한 처방이다. 특히 국세청은 강남구의 개포ㆍ대치ㆍ도곡동 3개 지역을 예찰(豫察)지역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인력 배치는 물론 자금출처 등의 조사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세무조사가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걸핏하면 세무조사를 동원하는 것 자체가 세무조사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투기세력들은 세무조사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세무조사로 아파트 값만 올라가는 역효과가 지적되고 있다.
물론 세무조사는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투기대응 수단 가운데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것이다. 단속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하고 세밀한 세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세무조사가 그런 방향에서 실시되리라고 하는데 일단 기대를 걸어본다.
아울러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처방이 강구돼야 한다. 그 점에서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개발부담금 부과,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강화, 임대아파트 건립의무화 등을 투기차단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책들은 아파트 가격인상의 원인이 된다는 점과 특히 민간이 사업을 시행하는 재건축 아파트에 공개념의 개발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이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다소간 문제가 있지만 투기억제를 위해선 시도해 봄직한 조치라고 하겠다.
정부는 무엇보다 강남 만큼의 기능을 갖춘 신도시 건설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강남의 부동산값 상승세가 학군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대입 수험생들의 절대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 신규 주거지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주택수요가 줄지않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강남이 `교육특구`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현행 교육제도 아래서 아파트값 상승이 불 보듯 뻔한데 자녀 교육을 마쳤다고 강남지역을 떠날 주민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들의 부동산 기대심리가 사라지지 않았을 뿐더러, 소위 강남거주를 상류사회진입의 기회로 여기는 `커뮤니티 프리미엄`도 가세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강남의 아파트투기는 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대책도 복합적이어야 한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