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직후 코피 아난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각국 정상들에게 UN이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었다. UN의 개혁과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주 뉴욕에서 열리는 UN 정상회담은 당시 아난이 시작한 개혁과 활성화를 위한 대장정의 정점이다.
참가국들은 몇몇 가치 있는 선언에 동의했다. 평화건설위원회를 만들고 새로운 인권위원회도 세우기로 했다. 대량학살 방지 책임을 추가한 밀레니엄 발전 목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많은 것들은 간과됐다. 핵 확산 금지, 군비 축소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테러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에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또 UN 개혁을 위한 합의문에는 인권과 관련해 잘못된 경험이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인권위원회 이사국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안전보장위원회의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없었다.
이들 문제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라크 전쟁 이후 UN의 분열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보다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즉 글로벌시대에 모든 국가들은 국제적 위험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고 개별 국가에 대한 위협은 모든 국가들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 도달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책임이 있다. 아난 UN 사무총장과 장 핑 UN 총회 의장은 각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방치했다. 존 볼튼 전 국무차관이 여러 잡음을 일으키며 UN 주재 미국 대사가 된 것도 결과적으로 UN 개혁에 방해가 됐다.
지금 UN은 구제불능의 쇠락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모든 것은 정상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연설에서 상호의존적 세계가 테러뿐 아니라 빈곤과 질병 등에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희망적이다.
이러한 말이 행동에 의해 뒷받침된다면 이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의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UN 개혁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들이 행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