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재는 여름철에만 운항되고 있으나 20~30년 후에는 연중 내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입장에서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기존 극동유럽항로에 비해 거리가 8,000㎞나 짧아 운항시간을 열흘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해상운송의 대변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찍이 바다를 장악한 국가가 세상을 지배했다.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인 한국은 그 꿈을 꿀 자격이 충분하다.
해운업은 해상운송업을 주축으로 해운중개업과 해운대리점업ㆍ선박대여업ㆍ선박관리업을 포함한다. 한국에서 해운업은 매우 특별하다. 먼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기간산업이다.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이 해운을 통해 처리되고 있으며 특히 석유 등 중요 원자재 수송은 100% 해운에 의존한다. 해운서비스 수출액도 2012년 407억달러에 달해 서비스수출 1,108억달러의 36.7%를 차치할 만큼 수출효자종목이다.
덧붙여 해운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선진형 서비스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이다. 중국ㆍ일본ㆍ독일과 같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모두 해운강국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 해상물동량이 1996년 51억톤에서 2009년 78억톤으로 연평균 3.4% 증가하는 동안 한국의 해상물동량은 4.4억톤에서 8.5억톤으로 연평균 5.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세계 해상물동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8.7%에서 10.7%로 상승했다.
최근 해운업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무역증가율도 둔화되고 최근 선박의 과다공급으로 운임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해운강국으로 부상하면서 해상운송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나 자원개발 등 새로운 해운시장도 매년 10%대 고성장이 예상되며 원전과 고속철도ㆍ해외플랜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초중량물 운송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운산업의 중심축이 해상운송에서 금융ㆍ중개ㆍ정보ㆍ연구개발(R&D) 등 지식기반형 혁신으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성장구조도 시황에 민감한 불안정한 양적성장 패턴에서 지식 기반의 고부가가치형 비즈니스 추구 패턴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규제 강화도 놓칠 수 없는 환경 변화다.
한국 해운업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영국 등 해운 선진국이 해운중개나 선반관리 등의 연관 산업을 통해 막대한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반면 한국은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선박금융시스템도 부족해 주요 해운선진국들이 선박투자 등 해운산업 육성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경쟁국들은 선가가 낮은 현 시점에서 선제적 투자를 하는 반면 국내 해운업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불황기 때 선박을 저가에 매각하고 호황기 때 고가로 매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해운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운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식기반 해운산업 육성, 신시장 창출 등이 요구된다. /글=이준협 연구위원
서울경제신문ㆍ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