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최근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해 리니지2, 세컨드라이프 등 3차원(3D) 입체영상 게임들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제 2D 게임들은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명함을 내밀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3D 게임들의 최대 장점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 실사(實寫)와도 같은 캐릭터들의 리얼한 표정과 움직임. 하지만 이 사실성이 3D 게임 개발자들의 최대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고 불리는 인간의 심리 현상 때문이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政弘) 박사가 처음 주창한 이 이론은 사람을 흉내 낸 물체가 실제 사람과 닮아갈수록 심리적 호감도가 떨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어떤 사물이 자신과 비슷해질수록 호감을 갖게 되지만 그 정도가 일정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오히려 혐오감이 생긴다는 것. 닮은 부분이 많아질수록 사소하고 작은 차이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휴보’ ‘아시모’ 등 휴머노이드 로봇은 친근감이 들지만 ‘에버1’ ‘리플리 Q1’ 등 안드로이드 로봇의 얼굴을 보면 왠지 모를 거북함과 불쾌감이 느껴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즉 게임 개발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캐니 밸리 때문에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최대한 표현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1인칭 슈팅게임(FPS)인 카운터스트라이크로 유명한 미국 밸브사, X박스 360 전용 롤플레잉게임(RPG) ‘매스 이펙트(Mass Effect)’를 개발 중인 캐나다의 바이오웨어사 등 전 세계 유명 게임 개발사들은 현실성을 극대화하면서 언캐니 밸리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3D FPS 게임 하프라이프(Half-Life)를 개발한 밸브사의 빌 밴 뷰랜은 “비디오게임의 3D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언캐니 밸리는 게임 개발자들의 최대 화두”라며 “이의 해결을 위해 컴퓨터공학은 물론 해부학, 생체공학, 기하학 등 자연과학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밸브사의 경우 게임 속 캐릭터들이 보여줘야 하는 수많은 표정과 감정표현을 규격화하기 위해 해부학과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 60가지의 기본적 얼굴 움직임을 규정했다. 또한 1년여의 안구 해부학 연구를 통해 각막의 돌출 정도가 얼굴의 음영에 미치는 영향, 눈동자를 얼굴 중심선에서 4도 벗어나게 배치해야 사팔뜨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뷰랜은 “이외에도 각 업체들은 현재 다양한 인간의 얼굴을 코드화하고 얼굴 근육의 변화에 따라 음영도 바뀔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며 “머지않아 언캐니 밸리에서 자유로운 실감나는 캐릭터들을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