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회사채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고 해도 실제 배상을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불완전 판매라고 결정하더라도 권고사항이므로 강제력이 없다. 문제를 제기한 투자자나 제기 받은 증권사 중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효력을 잃는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법정으로 달려간다. 투자자는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나 이를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 사례에서는 투자자와 증권사가 각각 엇갈리는 판정을 받았다.
법정다툼을 거쳐 투자자가 승리한다고 해도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STX팬오션은 현재 법원 주도로 법정관리 중이어서 최종 회생계획안이 나와야 손해액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회사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었던 LIG건설이나 웅진홀딩스의 경우도 현재까지 법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회사채 불완전 판매는 입증하기 어렵고 입증한다고 해도 배상을 받기까지는 법정관리가 끝난 이후로 길어질 것"이라면서 "과거 투자 경험이 있거나 금융전문직인 경우는 불완전 판매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불완전 판매 길고 긴 법정소송 중=회사채나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로 최근 논란이 된 회사는 LIG건설이다. 지금까지 판결 결과는 투자자와 증권사가 무승부라고 할 만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LIG건설 CP투자자가 판매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중 6건이 2심까지 진행됐다. 절반은 투자자가 신중했어야 한다면서 증권사의 손을 들었고 3건은 증권사가 위험을 좀 더 확실히 고지해줬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변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금융권 종사자이고 과거 장외파생상품 등 복잡한 금융투자를 한 경력이 있다면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주부나 고령자 등 일반 투자자는 증권사가 설명을 했더라도 실제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STX팬오션 법정관리 끝나야 구제 가능할 듯=팬오션의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실제 손해액을 결정하게 된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금을 돌려받으려면 회생 계획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보통 이 과정에서 회사채 투자자는 투자금의 20% 정도만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출자 전환 주식으로 받는데 출자 전환 주식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살아나야 가치가 있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불완전 판매로 판명된 피해자는 이와 별개로 증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다. 특히 기업어음은 사모로 발행되는데 지난 5월전까지만 해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었다. 공모로 발행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회사채에 비해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가 적은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 어음에 투자한 개인은 상대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주장할 여지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