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38은 초심자들이 기억해 둘 만한 수순이다.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젖히면 흑은 군말없이 2에 받아준다. 백3 이하 7이면 살기는 살지만 이 결과는 흑을 지극히 편하게 해준 이적행위에 속한다. 거대한 흑진이 멋지게 완성되는 것이다. 백40과 흑41은 각각 예정 코스. 백42로 씌웠을 때 흑43이 ‘지나치게 밝힌’(서봉수의 표현) 수였다. 이수로는 일단 가에 머리를 내미는 것이 시급한 조처였다. 백44, 46으로 봉쇄되어 흑대마가 갑자기 갑갑해졌다. “둘다제정신이야? 신인왕전이라니.”뒤늦게 해설실에 들어온송태곤 7단이 호들갑을 떨었다. 어린이 기전에 어른들이 참가하여 우승을 다투고 있다는 야유인 것이다. 송태곤은 기보를 척보더니 다시 덧붙였다. “보아 하니 박영훈이 흑이로군.” “어떻게 알았어?” 박지은이 묻자 즉시 대답한다. “구리는 돌들이 밑으로 빌빌 기는 일이 없으니까.” 포위된 흑이 어떤 식으로 타개할 것인가를 놓고 해설실에서는 심도있는 연구가 벌어졌다. 윤성현이 제시한 가상도는 참고도 2의흑1 이하 8이었다. 기세상으로는 흑도 이런 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 진행은 아무래도 흑이 좀 부담스럽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참 후에 박영훈이 둔 수는 실전보 흑47이었다. 지나친 굴복 같긴 해도 일단 수습은 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