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12층과 198 대 1

서울시가 555m 112층 규모의 ‘제2 롯데월드’ 인허가 작업에 착수하면서 주변 부동산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곤두박질친 주변 재건축 아파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수혜주로 손꼽히는 잠실 5단지는 호가가 수천만원이나 뛰었다. 8ㆍ31대책 직전 10억6,000만원까지 올랐던 34평형은 대책 이후 8억원 초반대까지 급락했지만 지금은 9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잠실 5단지뿐만 아니다. 미성ㆍ장미ㆍ진주 등 주변 아파트는 물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잠실 주공 1~4단지 분양권, 갤러리아팰리스, 롯데캐슬골드 등에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제2 롯데월드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방부가 서울공항 고도제한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다 교통영향평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 지구단위 변경, 도시영향평가, 건축심의, 건축허가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제2 롯데월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승세로 돌아선 재건축 아파트값이 이를 말해준다. 현장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서울시의 ‘규제 완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8ㆍ31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는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 움직임은 투기꾼들에게 생명수와 같다. 서울시의 제2 롯데월드 인허가 착수는 투기꾼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서울시가 정부 정책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8ㆍ31대책이 무르익는 시점에서, 그것도 십 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던 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투기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송도 신도시에서 분양된 한 오피스텔이 19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전매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부동산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400조원의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떠나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규모는 아직 1조~2조원에 불과하다. 아직도 대부분의 유동자금은 틈새를 찾아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호재성 정책은 곧바로 이들을 자극할 수 있다. 서울시가 집값을 부추겼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추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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