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공청회, 욕설·고함·물리력까지…

2차 본협상 서울서 열려 농민·시민단체 반발 거셀듯

정부가 주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두 차례나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FTA 협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특히 미국과의 FTA 협상에 앞서 정부가 나름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7일 대한상공회의에서 열린 공청회가 농민ㆍ시민단체의 반발로 파행 진행되면서 농민ㆍ시민단체의 반(反) FTA 정서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다음달 10일부터 닷새간으로 예정된 한미 FTA 2차 본협상에 임하는 정부 협상단은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 여기에 1차와는 달리 2차 본협상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정부가 농민ㆍ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항의 시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9시40분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한미 FTA 협상을 위한 2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본부’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승호 대한낙농육우협회 회장 등 농민ㆍ시민단체 회원들은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FTA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고 반발, 공청회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농민ㆍ시민단체 회원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심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단상에 올라 물리적으로 공청회 진행을 막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제조업 분야 공청회는 발표자들의 주제토론마저 이뤄지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에 앞서 지난 2월2일 연 1차 공청회도 개회 직후 농민ㆍ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로 시작 30여분 만에 끝났다. 또 농민ㆍ시민단체들은 다음달 광화문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를 열 계획이어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본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농민ㆍ시민단체의 반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농민ㆍ시민단체의 비판여론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는 일정 부분 협상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항의의 형태가 물리적인 양상으로 비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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