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자격 업체 6곳 배후캐기 나섰다

지급보증 안받은채 선정에 조직적 로비여부등 브로커·정치권 실세등 관련자 5~6명 정밀조사

한나라당 도박 게이트 진상조사단이 28일 서울 종로 서울보증보험 본사를 방문, 정기홍(위 오른쪽) 사장을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사실상 도박 칩으로 변질된 경품용 상품권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와 정치권 실세 개입 의혹 등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한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상품권 정책 입안과 변경, 보증, 업체 선정 등 일체 과정에서의 업계 로비 및 배후세력을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상품권 정책 및 변경 비리 ▦서울보증보험의 보증관련 비리 ▦상품권 업체 선정 비리 등 크게 세 갈래로 상품권 비리 수사를 구분한 다음 수사팀을 이에 맞춰 편성하고 업체 압수물 기록 검토 및 관련자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은 특히 일부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발행사로 확정된 후에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이들 업체가 보증 과정에서 불법적인 로비를 했거나 배후세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밀수사에 나섰다. 상품권 발행사로 선정되려면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을 확약하는 서류를 첨부해 인ㆍ허가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채 발행사로 지정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피머니아이엔씨 등 일부 업체는 서울보증보험에서 지급보증을 서기 전 발행업체로 지정됐거나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보증금을 납입할 만한 여력이 없었는데도 발행업체로 선정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부실 업체는 정ㆍ관계 실세의 도움을 받아 상품권 발행 보증을 받고 사후에 납부한 보증금도 조직폭력배의 자금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은 해피머니아이엔씨 안다미로 등 자본 잠식된 6개 업체가 전체 보증금액 4,816억원의 절반이 넘는 2,601억원의 보증을 받은 과정에 이들 무자격 업체의 로비나 이른바 ‘급행료’ 지급, 배후세력의 청탁이 있었는지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청와대 권모 행정관이 차명 투자한 코윈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12월29일 한국게임개발원의 1차 심사에서 ‘거래 실적이 있는 상품권 가맹점이 100곳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에 못 미쳐 탈락했으나 8일 만에 발행업체로 지정됐다. 해당 업체들의 회계장부를 분석 중인 검찰은 이미 일부 비자금 조성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번주 중 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상품권업체 선정 비리와 관련, 상품권 발행업체들로부터 거액을 로비자금 명목을 갹출했다는 브로커 이모씨, 여권 인사로 업체들의 이해를 정관계 요로에 전달하는 등 로비스트 역할을 한 K모 전 열린우리당 전 의원 등 로비 의혹 관련자 5~6명의 계좌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이밖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간부 출신으로 모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인 또 다른 K모씨가 지난 2002년 상품권 신설 정책부터 상품권 인증제 및 지정제 전환 등에 깊숙이 개입하며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입수하고 당사자는 물론 접촉 인사에 대한 추적 및 관계자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들에게 상품권 업체로 지정되게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일부 정치인들의 후원금 내역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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