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격전지를 가다] <16> 부산 사하갑

현역의원 불출마로 무주공산… 운동선수·靑비서관 출신 각축
文 "정치 잘모를것" 편견 부담
崔, 친여 높은 벽 극복이 과제


부산 사하갑은 현역 의원인 현기환 새누리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내언론비서관이었던 최인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지역이다. 일단 초반 판세는 문 후보가 최 후보를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데다 문 후보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7일 만난 사하갑 지역 유권자들은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문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했다. 이와 동시에 최 후보에게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지지가 높은 지역 정서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에게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점은 강점이자 동시에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5일장인 하단시장에서 만난 박모(60)씨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냐.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훤칠해서 좋아한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부산 동아대를 졸업하고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까지 지낸 문 후보를 모르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박 위원장과 함께 장림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지역 주민들이 문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운동선수 출신 정치 지망생들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던 '운동선수는 정치를 잘 모를 것이다' '운동선수는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등의 인식은 문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넘어야 할 벽이다.

하단동에서 만난 조상재(47)씨는 "뭔가 딱 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저 사람은 아니다' 싶다. 운동선수 출신인 것도 감안되겠지"라고 말했다. 같은 동에서 만난 김모(43)씨도 "정치는 인기만 가지고 하면 안 된다. 경험을 쌓고 하나하나 밟아나가야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캠프의 한 관계자는 "IOC 위원이라는 직책도 국익을 위해 국제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는 등 이미 이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후보는 문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국정운영 경험과 정책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최 후보는 이날 하단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시민단체인 '환경지킴이'와 간담회를 갖고 주변 공장으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악취 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최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하며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것이 (지역 발전에) 더 나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후보의 경우 박 위원장을 향한 압도적인 지지가 그대로 총선 표로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을 사전에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문 후보와 최 후보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부산에서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박 위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한 택시운전기사는 "지난 대선에서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지 않아 아예 투표도 안 했다"며 "무조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리동에 거주하는 강모(54)씨는 "지금 누구를 지지한다고 말하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당 따라 찍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