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교과서 출판시장 '이너서클' 멤버에게 몰아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어릴 적 유도 파트너인 이너서클 멤버에게 교과서 출판권을 몰아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현재 이너서클 멤버인 아르카디 로텐버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인라이튼먼트’를 밀어주기 위해 기존의 많은 교과서를 퇴짜놓았다. 한 영어교과서 출판사는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에 부제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30여권의 교과서를 제작해 온 또 다른 출판사는 원본이 아닌 복사본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유명한 교육자인 류드밀라 페테르슨이 만든 수학 교과서는 외국에서 유명한 어린이 캐릭터를 사용한 게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데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불합격했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됐을 때 1,400만명의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는 지난 학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신문은 러시아 정부의 검정작업으로 인해 20여개 소규모 출판사가 폐업할 지경에 몰렸으며 학교 교장과 교사, 학부모들이 분노했다고 소개했다.

대신 로텐버그의 출판사는 반사이익으로 러시아 교과서 시장의 60∼70%를 장악하게 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로텐버그는 푸틴 대통령의 오랜 유도 파트너이면서 가스관 전문 건설회사인 스트로이가스몬타슈를 소유한 대부호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제재한 기업인 명단에도 포함된 인물이다. NYT는 푸틴이 교과서를 장악하기 위해 먼저 국영회사인 인라이튼먼트를 민간에 매각하도록 하고 로텐버그를 회장으로 앉힌 뒤 검정 작업을 통해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게 해 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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