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월27일]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통신산업의 기술경쟁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인텔과 휴대폰 선두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전혀 새로운 형태의 휴대폰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아 세계 정보통신(IT) 시장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운영체계 이름이 ‘오포노(Ofono)’로 알려진 차세대 휴대폰은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데이터 이용이 스마트폰보다 더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과 노키아의 전략적 제휴는 IT산업에서 국경도 영역도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980년대 이후 글로벌 IT시장은 윈텔, 즉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인텔의 PC용 반도체칩이 장악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대부분의 정보통신 기능이 휴대폰으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노키아, 삼성ㆍLG전자, 애플 사이에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터넷 검색의 최강자인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구글 폰’을 선보였고 MS도 휴대폰용 ‘윈도 CE’를 내놓는 등 세계시장의 움직임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 우리 업체들이 국경을 뛰어넘고 업종의 벽을 허무는 혁신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과 LG가 컴퓨터ㆍMP3 부문 등을 자체로 보유, 노키아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졌지만 대략 3년 후 노키아가 인텔로부터 다양한 차세대 휴대폰 칩을 확보하면 경쟁은 보다 격화될 것이다.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인텔 칩이 표준으로 자리잡기 전에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 통신업계의 해외시장 개척도 부진한 실정이다. 영국의 BT가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40%를 고객으로 가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우리 통신업계의 해외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 통신산업의 글로벌화가 더딘 것은 포화상태의 내수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디지털 융합에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해외진출이 원활해야 휴대폰과의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 지난해 영국의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IT 경쟁력 순위는 2007년 3위에서 5단계나 하락한 8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IT산업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IT 융합과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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