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가구 공급" 관철 초강수

■ 정부, 지자체 반대 임대주택사업 직접 추진
지역이기주의 극복 "여론조성용 시범 케이스"
단지조성 마찰빚는 다른 지구에도 영향 줄듯
가용택지 부족·사회적 합의없어 후유증 우려



정부가 3일 경기도 안양시 관양지구의 국민임대주택단지 사업 추진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배제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지역이기주의라는 발목에 잡혀 정책목표에 차질을 빚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가용택지 감소와 땅값ㆍ인건비ㆍ원자재값 상승으로 가뜩이나 조성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를 계속 방치할 경우 당초 정부가 계획한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조치로 이어진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여론조성을 위한 시범 케이스”라며 “정부의 의지를 지방자치단체들이 알게 된 만큼 앞으로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반발에 강수 둔 건교부=안양 관양지구는 지난 6월 서울 강남 세곡ㆍ의왕 포일2지구 등과 함께 국민임대주택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건교부와 안양시의 갈등은 7월 신중대 안양시장이 관양지구의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구청에서 해야 할 행정행위 일체를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유보하라”고 지시한 데서 비롯됐다. 이번 조치는 국민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012년까지 100만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짓겠다던 당초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업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배제하는 강수로 이어졌다는 것. 최근 법 개정을 통해 국민임대주택단지의 개발 상한면적을 30만평에서 60만평으로 늘린 것도 지지부진한 국민임대주택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건교부의 이번 조치는 단지 조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다른 지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양시 외에도 의왕ㆍ군포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정부의 그린벨트 내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에 반발하고 있다. 군포의 경우 부곡(2,991가구)과 당동 2지구(3,220가구), 의왕은 청계(2,125가구)ㆍ포일 2지구(2,881가구)ㆍ오전지구(3,800가구) 등의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의왕시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의 이번 조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 의지 불구, 목표달성은 불투명=건교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계획’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벌써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그린벨트 내에 대규모 국민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면 환경오염 유발, 교통난 가중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며 “건교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갈등만 증폭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택공사에 따르면 8만가구가 목표였던 2003년 실제 국민임대주택 사업승인 물량(지방자치단체 승인물량 포함)은 7만1,791가구에 그쳤으며 지난해 역시 9만1,423가구로 목표치(10만가구)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해 10월 말까지 승인받은 물량이 2만489가구로 목표(10만가구)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택지확보다. 매년 국민임대주택을 10만가구씩 건립하려면 1,000만평 이상의 택지가 확보돼야 하지만 가용택지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단지용 택지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린벨트 내 개발가능 후보지도 전국에 걸쳐 30여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가용토지 부족으로 수요가 적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국민임대주택 건립이 집중되고 있어 미분양 적체의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임대주택 문제는 사회적 합의부터=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과 관련한 건교부의 지방자치단체 배제는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관양지구에서 4개월 이상 사업이 정체되다 보니 여타 지구에서도 버티면 된다는 기대심리가 증폭돼 이번에 서둘러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임대주택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해당지역 주민의 마찰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주택공사가 같은 동(棟)에 임대ㆍ분양 아파트를 섞어 짓는 ‘소셜 믹스(Social Mix)’를 군포 당동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에 적용하기로 한 것도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서울ㆍ수도권 요지에 임대주택이 제대로 건립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 때문”이라며 “임대아파트 고급화, 중형평형 확대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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