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기자 전성시대'가 당분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SBS '모래시계'의 이승연, SBS '미우나 고우나'의 최재성ㆍ박진희 등이 과거에도 드라마 속 기자 역으로 등장한 경우는 있었지만 각종 드라마의 주연급을 기자 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휩쓸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방송사로는 MBC가 단연 앞서간다. MBC는 18일부터 방송 예정인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에 법원 출입기자 지은(손태영 분)을 주역으로 설정했고 11월경 '대선 특수'를 겨냥해 선보일 정치드라마 '삼총사'에도 기자 최서영(김소연 분)을 주연급으로 등장시킨다.
일일연속극'인어아가씨'에서 각각 사회, 문화부 기자로 나온 이주왕(김성택 분)ㆍ은예영(우희진 분), 주말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의 문화부 조기원(류시원 분), 수목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문화부 한동진(이동건 분)에 이어 올들어만 모두 다섯 번 째다.
한편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SBS '야인시대'에서도 사회부 기자 최동열(정동환 분)이 등장한다. 이환경 작가는 '기자직은 당시 한국 지식인이 식민 시대에 저항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수단'이었다며 '최기자는 가공인물이지만 극을 아우르는 나레이터 역할도 담당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에서의 기자 역이 '우연 같은 트랜드'를 형성한다는 것은 이 직업의 특수성이 시청자들에게 먹힐만한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거 의학계나 공학계 등 특정 집단을 다룬 드라마들이 그 현실성과 전문성을 살리면 살릴수록 인기를 끌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어떤 극에서 가장 현실과 가까운 묘사가 등장할 지 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리얼리티의 묘사'만을 두고 볼 때 최근작 중에서는 MBC의 '인어아가씨'가 눈에 띈다.
'세세하고 꼼꼼한 묘사'로 이름 높은 임성한 작가는 한 신문사의 부서 회식까지 따라 나서는 특유의 집중력을 극에 그대로 재현해 냈다.
물론 화려한 성장배경을 지닌 여기자의 등장으로 리얼리티가 오염된다는 평도 들었지만, 신문이 나오기 전 빨간 사인펜으로 교정을 잡는 장면이나 언론계 현실을 반영한 대사 등 신문사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장치가 고루 등장해 극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