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 칼럼] 고구려사 왜곡의 교훈

논설실장 imjk@sed.co.kr

[임종건 칼럼] 고구려사 왜곡의 교훈 논설실장 imjk@sed.co.kr 임종건 논설실장 지난 24일로 한중 수교 12주년이 됐다. 지난 12년 사이에 두 나라 관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괄목할 것은 경제교류로서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교역국이 됐다. 매년 한중 수교일이 되면 국내 언론은 해가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해 약간의 경계심을 두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인 톤으로 특집기사를 내보내고는 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진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수교 12주년을 맞았다. 美ㆍ日보다 더한 경계 대상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중국이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을 한국에 보내 중국의 내년도 초ㆍ중ㆍ고 역사교과서에 왜곡된 고구려사 부분을 싣지 않고 중앙과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고구려사 왜곡시도를 중단한다는 중국정부의 입장을 제시해 양국이 이를 구두 양해사항으로 합의함으로써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일본이나 그런 짓을 하는 것으로 여겨온 한국인에게는 황당한 일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주로 100년 이내의 근세사에 관한 것이지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1,000년 전의 것이라는 데서 일본보다 열 술을 더 뜬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근저에 깔려있는 중국의 패권주의다. 우리가 이제부터 정작 심각하게 경계해야 할 것은 그 같은 역사적 패권주의가 영토적 패권주의로 발전될 가능성은 없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 과정에서 평양에 대한 연고권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의 우다웨이 특사는 우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역사왜곡을 우리가 먼저 자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논의되는 만주 고토(故土) 회복은 국제법상 통용되기 어려운 민간수준의 담론일 뿐이고 중국 내 조선족 사이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변명일 뿐이다. 고구려사 왜곡이 가져다준 가장 큰 교훈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 중국의 변수가 미국ㆍ일본 변수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 점이다. 우리는 남북한이 협상을 통한 평화통일이나 북한체제가 무너질 경우 흡수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왔다. 중국 변수는 평화통일의 과정에서도 중요하겠지만 북한체제가 경착륙할 경우 매우 강력한 작용을 할 요소임이 부각된 것이다. 북한이 정치ㆍ경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질 경우 북ㆍ중 국경이 불안정해지고 그것은 중국의 대북한 군사적 개입의 구실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중국군대가 파견되는 상황이 온다면 한반도 통일은 ‘닭 쫓던 개’의 모습이 될 것이고 이는 보다 복잡한 분단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흡수통일 확실히 배제해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중국에 대한 개안(開眼)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부수적인 소득도 있다. 미국ㆍ일본과의 갈등적 관계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원의 60%이상이 중국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 나라로 꼽았을 정도였지만 중국은 미ㆍ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상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리고 고구려사 왜곡에는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도 제시됐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토적 야심을 견제하면서 북한측에 대해 어떤 어려움에 빠질지라도 중국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과제를 안겨준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간 신뢰는 더욱 확고해져야 하고 흡수통일은 확실하게 배제돼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8-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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