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이상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공사비를 대폭 올린 주택재개발사업 계획은 관청의 인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원인 김모씨가 적법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아현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주택재개발사업 관리처분계획 효력정지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동의서상의 건축물 철거 및 신축 비용을 물가나 경기 변동 등에 따라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증액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조합원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으로 관련법상 정관 변경 절차에 준하기 때문에 조합원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총회 결의와 관리처분계획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 주택재개발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은 추진위 단계였던 지난 2003년 6월 신축건물의 순수 공사비를 평당 239만원(총 1,463억원)으로 해 건설사와 가계약을 한 뒤 마포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2006년 11월 설립됐고, 설립 당시 조합원 총회에서 계약 내용을 재의결했다.
하지만 2007년 9월 건설사와 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평당 공사비를 396만원(총 2,268억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같은 해 10월 총회에서 조합원 874명 가운데 재적인원 732명 중 482명의 찬성으로 이 같은 계약에 기초한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마포구청은 이듬해인 2008년 6월 이 같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해 고시했지만 김씨 등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