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한국 거꾸러뜨리려…" 강력 경고

경제 지속적 발전하려면 같이 잘 살아보자는 '포용적 성장' 이뤄내야
전계층에 균등 기회 제공, 가난 세습 구조화 차단을
강한 중기 만들기 역점 대기업과 상호보완 유도
순환출자 규제하면 주인 없는 기업 발생… 리스크만 떠안게 될 것




"해외서 한국 거꾸러뜨리려…" 강력 경고
경제 지속적 발전하려면 같이 잘 살아보자는 '포용적 성장' 이뤄내야전계층에 균등 기회 제공, 가난 세습 구조화 차단을강한 중기 만들기 역점 대기업과 상호보완 유도순환출자 규제하면 주인 없는 기업 발생… 리스크만 떠안게 될 것

대담=문성진 산업부장 hnsj@sed.co.kr
정리=임지훈기자 jhlim@sed.co.kr
































[신년 인터뷰]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한국은 지난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수출로는 세계 7위, 무역 규모로는 8강에 올랐는데요. 이 같은 경제활동 성과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이뤄내야 합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협회 회장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신년 화두를 제시했다. 역대 정권에서 고위경제관료를 지내며 경륜을 쌓았고 통상 전문가로도 한 획을 그은 그는 "어렵게 이룩한 경제성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포용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그는 우선 사회 구성원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한 회장은 "경제 개발 초기에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는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모토였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제 인구가 5,000만명이 넘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가 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된 만큼 현 시점에서의 '잘 살아보세'는 '같이 잘살아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발전 결과물 다같이 향유해야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그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기회의 균등'이다. 그는 "돈이 없어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불공정하게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보완 발전하도록 해야 하고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복지를 확충해 경제발전의 결과물을 공통적으로 향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들어진 것으로 배분을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회를 균등히 줘 가난 세습이 시스템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부분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핫 이슈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우선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산업 조직 측면에서 보는 경제민주화가 있고 국민 일반과 연관된 경제민주화가 있을 수 있다. 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강한 중소ㆍ중견기업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대기업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경쟁

이어 한 회장은 경제민주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국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외국의 기라성 같은 기업이 다 우리 업체를 거꾸러뜨리려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로 그는 세계 모든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인재ㆍ기술ㆍ자본이 모두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것 역시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들었다.

경제민주화 세부 정책에 관해서는 일부 안에 대한 반대 입장도 밝혔다. 특히 한 회장은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유로 그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결국 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야 하지 않나. 처분을 하면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그것을 외국인이 가지거나 일반 국민이 가지거나 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주인 경영체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그걸 사주면 돈은 기업에 있겠지만 주인은 없어진다. 어떤 측면에서는 대기업 집단의 해체다. 그러면 독립기업이 될 텐데 몇 개 기업은 주인이 확실해질 것이고 몇 개 기업은 주인이 없어질 것이다. 문제는 주인이 있는 기업이 효율적이냐, 아니면 없는 기업이 효율적이냐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결론 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순환출자 규제를 통해 현 체제를 바꿔도 얻는 것은 분명하지 않고 오히려 리스크만 떠안게 된다는 주장이다.

올 세계 경제 비관도 낙관도 안해

질문을 세계 경제 전망으로 돌렸다. 한 회장은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낙관하지도 크게 비관하지도 않았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낫고 내년은 또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2007년 이전 같은 시기로 빠른 속도로 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리스가 유럽연합에서 제외되느냐, 스페인ㆍ포르투갈이 잘못되지 않겠느냐 등의 불안감에서 발생한 일종의 패닉 현상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종의 지원을 할 수 있는 통합감독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바닥 친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급속도로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 염두 내수시장 키워야

내수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과 함께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내수 시장 육성'이라는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키 포인트는 단순한 내수 육성이 아닌 세계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시장이 좋지 않으면 국내 시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분명한 사실은 내수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 육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그는 "우리는 금융ㆍ관광 등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 해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이 돼야 한다. 내수 산업도 결국은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가계부채 해소 시급

한 회장에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물었다. 그가 꼽은 일순위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계 부채 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다만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값이 싸지 않은 만큼 공공 부문이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과제로 한 회장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들었다. 국가 재정은 최후의 보루로 고령화 등에 대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젊은 사람 9명이 65세 이상 1명의 생계를 보조하고 있는데 2050년이 되면 2명이 1명의 삶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세금 부담이 커지고 경제활동이 둔화될 텐데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 체결 빠를수록 좋아

그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한 회장은 "중국은 우리가 제일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며 "한중 FTA는 우리나라 투자가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학제품이라든지 규제가 많은 품목은 현재 중국으로 수출하기 어렵다"며 "FTA가 체결되면 무역 절차가 투명해질 것이고 현재 취약한 부문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농업을 하시는 분도 중국에 가서 농사를 짓고 거기서 생산된 것을 우리나라로 들여오거나 수출하면 될 것"이라며 "한중 FTA 체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우리의 외교 과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무역협회 회장으로서 올해 역점을 두는 사업에 대해 그는 해외 바이어와 국내 업체의 연결을 꼽았다. 한 회장은 "우리 기업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해 우리 기업과 필요한 상담을 하게 하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그는 "이런 메커니즘을 온라인화하는 데 투자를 늘릴 생각"이라며 "40만개 정도의 바이어와 약 10곳의 셀러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연간 2,000건 정도의 매칭을 성사시킬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방안은
중기라고 무조건 기피 말고 해외취업에도 적극 나서길

"우리 사회에는 지독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한 회장은 "거의 모든 중소 무역업체들이 인력이 부족해 고생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과 그 인력을 원하는 기업 간의 심각한 미스매치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공학ㆍ기술 등을 전공한 인력을 원하는데 다른 공부를 한 인력들이 해당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고자 한다든지, 취업 희망자와 고용 희망자 간의 생각하는 보상 수준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든지 등이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우리 젊은이들을 편향된 사고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몇 안 되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스마트한 인력들이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일자리 없이 지내는 게 참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우선 실업은 좋지 않다는 인식을 고양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중소기업이라도 잘 선택해 열심히 일을 하고 그게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젊은이들의 인식변화도 주문했다. 한 회장은 "좀더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취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면 소양도 길러야 하고 리스크 테이킹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며 "협회는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 대학들과 협조해 무역아카데미에서 전문 분야 어학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는 동시에 미국 교육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빼 놓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중ㆍ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 테스트를 하면 다른 나라에 밀릴지도 모르지만 최종 대학 단계까지 놓고 보면 학생들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미국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미국 대사를 맡으면서 느꼈던 미국의 장점에 대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 회장은 "미국은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여전히 강대국"이라며 "재정적자 때문에 군사력이 약해졌다 해도 미국은 미국을 제외한 10개 나라가 합친 것보다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를 물어봤다. 장관ㆍ총리ㆍ미국대사 등을 거쳐 협회 회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중요 직책을 두루 맡아왔던 그다. 뭔가 거창한 답변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뭔가 폼 나는 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저는 어떤 일을 하게 되면 다른 생각을 못하는 편입니다. 그 일에 몰두하고 그 일이 끝나면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다음 할 일을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금 생각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대학에서 강의하고 집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며 지내고 싶습니다"라며 소박한 꿈을 내놓았다.

◇약력

▦1949년 전북 전주 ▦1971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0년 제8회 행정고시 합격 ▦1979년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1984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3년 대통령비서실 통상산업 비서관 ▦1994년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1996년 특허청장 ▦1997년통상산업부 차관▦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2001년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 ▦2001년 대통령비서실경제수석 ▦2005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7년 국무총리 ▦2009년 주미국대사 ▦2012년~ 한국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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