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거세지고 있는 모양이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6,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8월을 기준으로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지난해 이른 추석에 따른 기저효과와 내수부진으로 도소매업에서 7만4,000명이나 줄어든 탓이 컸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돼 취업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 완전히 어긋나면서 올해 성장률 3%를 기필코 지켜내겠다는 희망도 희미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포기자 수가 한 달 전보다 5만2,000명이나 늘어난 53만9,000명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조사 기준을 바꾼 이후 구직포기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준비생(66만7,000명)과 겨우 13만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대라고 볼 때 높디높은 취업 문턱에서 무너져 내린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느껴진다. '3포 세대' '5포 세대'라는 표현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일자리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에서 대학생 10명 중 7명이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 및 업무 저성과자 해고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우리 청년들의 아우성에 다름아니다.
갈수록 커지는 청년들의 좌절감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는 희망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다. 노동계 일각에서 "(노동개혁은) 노동자를 하향 평준화시켜 재벌에 특혜를 주는 가짜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른 표현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노동개혁 말고도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침체에 허덕이는 경기도 살려야 하고 언제 터질지 모를 대외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교육·공공 부문 등 나머지 3대 개혁 역시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귀족노조와 기득권 세력에 붙잡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