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회사는 고객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 불완전 판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분쟁에서 금융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녹취록 등 관련 자료도 고객이 요구하면 제공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대출모집인에 대해 은행 등 위탁한 금융회사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7일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지난 25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기본법 제정안은 금융상품의 판매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투기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 동양증권이 불완전 판매 재발과 대출모집인 등을 동원한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막기 위해 당초 정부안보다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회사는 대출영업이나 불완전 판매 분쟁조정에서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다만 제정안은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금융상품의 판매에 적용되기 때문에 동양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판매 입증 의무…패소시 징벌적 과징금=금융회사와 고객 간 가장 많은 분쟁거리는 불완전 판매다.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금융회사가 대출이나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고객의 주장이다.
문제는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때 불완전 판매에 대한 입증은 전적으로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민사소송법에 근거한 것이지만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소비자에게는 불리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고객은 금융회사 판매직원과 나눈 대화의 녹취록 등 핵심 증거가 될 만한 자료 역시 확보하기 어렵다. 최근 금감원은 동양증권이 고객이 요구하면 녹취록을 주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법은 금융회사가 녹취록 등 분쟁 조정과 관련한 자료를 고객이 요구하면 주도록 했다. 또한 고객이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고의ㆍ과실ㆍ인과관계ㆍ손해액에 대해 금융회사가 입증하도록 했다. 고의나 과실의 경우 적합성과 적절성 설명의무 원칙을 지켰는지 금융회사는 보관한 서류를 증거로 잘못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 적합성의 원칙은 원금 보장 여부에 대한 고객의 의향을 확인했는지를 가리키고 적절성의 원칙은 고객의 재산ㆍ연령ㆍ소득에 맞는 상품을 권했는지를 말한다.
만약 소송에서 금융회사가 이 같은 사항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한 경우 징벌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제정안은 금융회사가 꺾기(판매 강요)나 과도한 광고,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로 인한 매출액의 3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금융회사의 이익은 매출액의 10%인 점을 감안해 징벌적 의미를 담기 위해 3배인 30%로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직접 주지만 과징금은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개별 소비자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잘못된 광고로 인한 수입' 등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리한 법적 공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묻지마 대출시 소비자 갈아타기 대폭 허용=대출과정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대출모집인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제정안은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출모집인 제도에 대해 금융상품판매업으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통상 은행 등 금융회사는 대출모집인이나 대출모집법인에 위탁 계약을 맺고 대출 영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대출요건이 안 되는 고객에게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해 대출한 후 고금리로 인한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는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출 청약을 맺은 후 조건이 좋은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 고객은 청약 7일 후 서면 등으로 철회할 수 있다. 또한 위법한 판매행위로 인한 계약은 계약 5년 이내면 서면으로 계약 내용의 변경이나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