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산업자본과 금융산업 분리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금산분리의 원칙을 하루 아침에 허물게 되면 금융이 산업의 사금고가 되거나 어려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후 중장기적으로 공론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경쟁이 치열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산업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국내 유수 금융기관 매각과정에서 국내 자본의 미성숙으로 인한 기회박탈을 우려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양심을 걸고 얘기하라면 (금산분리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면) 우리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은 외국자본과 국내 산업자본밖에 없다”면서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외국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는 없으며 외국자본은 결코 천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의 발언은 단기적으로는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이 유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제의 심장인 금융자본이 취약해 일부 대형 금융기관이 외국 대자본에 넘어간 상태에서 여유 있는 국내 산업자본을 간접적으로 활용, 금융 지배권을 확보하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금산분리 문제에 대한 합의를 유도하고, 이를 근거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여유자금 60조원으로 금융자본의 물꼬를 트자는 주장이다. 윤 위원장은 “우리은행도 오는 2008년까지 팔아야 한다”면서 “국내의 몇 개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하고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경영을 맡기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분식회계 자진공시에 대해 “12월 말 결산법인의 경우 3월 사업보고서에 반영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