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로봇 인공지능 급속 발전

2050년 인간 능가 할수도… 현대판 갈라테이아의 탄생


키프러스의 왕이자 조각가인 피그말리온. 그는 자신의 조각 솜씨를 발휘하여 상아로 세상의 그 어떤 여성보다도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붙였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을 만져보고 포옹하고 조개껍데기나 구슬을 선물하기도 하였다. 아프로디테 신전에 나아간 그는 이 여인상을 자기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갈라테이아를 어루만지고 있는데, 몸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피그말리온의 마음을 헤아린 여신 아프로디테가 상아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조각상이 눈부신 여인으로 변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났다. 키 160cm, 몸무게 50kg의 체격에 한국 고유의 미인형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탄생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이 1년간 연구 끝에 공개한,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 ‘에버원(Ever-1)’이 그 주인공. ‘에버원’의 눈에는 영상 인식용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동자를 움직여 눈을 맞출 수 있다. 또 입술, 눈, 안면 근육을 움직여 슬프거나 기쁜 표정을 지을 수도 있고, 팔 동작 역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실리콘으로 된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외피는 사람 피부와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또 한국어와 영어로 된 400개의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지능(?)을 갖췄다. 다만 하반신은 거의 움직임이 없지만, ‘에버원’의 등장은 사람을 꼭 닮은 로봇의 출현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 내는 게 아직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얼굴 표정은 인간 동작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인간처럼 온몸을 움직이고 두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모터와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이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개발한 ‘아시모’는 두 발로 걷는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신장 120cm, 몸무게 43kg인 ‘아시모’는 계단이나 경사면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음성명령을 알아듣고 간단한 인사말과 대화도 가능할 정도다.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일은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연구소 한스 모리벡 박사는 여기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금세기 로봇들은 IT의 발달에 힘입어 인공지능이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급속히 발달하게 되고 2050년이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속도로 컴퓨터 지능이 발전한다면 2010년쯤 도마뱀 수준(5,000MIPS)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고, 2020년까지는 문고리를 잡는 등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한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생쥐(10만MIPS) 정도의 지능, 2030년까지는 원숭이(5백만MIPS)만큼 머리가 좋은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모리벡 박사의 예상대로라면 2040년대 이후에 나타날 로봇은 인간의 지능(1억MIPS)에 가까운 로봇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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