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커가고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는 데차도가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하지만 깨어날 희망만은 포기할 수 없지요"
지난 2000년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뒤 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식물 인간'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불운의 야구 선수 임수혁(37.전 롯데)이 오는 18일로 병상에 누운 지 딱 6년이 된다.
사고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큰 아들 세현(13)군은 벌써 6학년, 갓난아기였던 둘째 여진(11)양도 4학년이 됐을 만큼 시간은 많이 흘렀다.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왔지만 불혹을 앞둔 임수혁은 90㎏의 건장한 몸과 좋은 얼굴 혈색에도 의식은 전혀 돌아오지 않고 있어 병상을 지켜온 아내 김영주(37)씨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
김영주씨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데 아이 아빠는 6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마음이 아프다. 기적처럼 병상을 털고 일어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해 12월 남편의 옛 동료인 롯데 선수들이 1일 고깃집을 운영해 수익금 2천만원을 전달했지만 이후에는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진 채 온정의 손길도 뚝 끊겼다.
작년 11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로 돌아왔지만 매월 간병인에게 들어가는 150만원을 포함해 200여만원의 생활비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2004년 법원의 민사 조정으로 사고 책임을 진 롯데와 LG 구단으로부터 3억3천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다소 해소됐지만 특별한 벌이가 없기에 이 돈을 까먹고 있어 답답하다.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이 딱한 소식을 전해 듣고 선수 60여명의 월급에서 매월 1만원씩을 적립, 연말에 롯데 선수단을 통해 전달하기로 한 건 위안이다.
아들 세현이는 아빠를 닮아 초등학생치고는 큰 168㎝, 60㎏의 좋은 체격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어머니 김영주씨는 운동 선수보다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김영주씨는 "아이가 운동에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가 선수였고 항상 아빠 이름이 따라다닐 게 마음에 걸린다.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이 감사하면서도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외부 자극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한 남편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