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3천90명 軍에 진정서

국방부, 민원사례 묶어 백서 발간

충청북도 제천에 사는 초등학생 3천90명이 지난해 연대서명한 진정서를 국방부에 왜 냈을까. 국방부는 30일 올 한해 동안 제기된 이런 다양한 민원사례를 엮은 '2005 국방민원백서'를 발간, 배포했다. 국방부가 민원백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 해 7월 충북 제천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3천90명이 연대서명한 진정서가 국방장관 앞으로 접수됐다. 군용 비행장 기능이 없어진 제천비행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고, 비행장 인근에초등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학로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긴 진정서였다. 제천시민들은 비행장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고 잡초만 무성해 뱀이 우글거리고직선으로 나야 할 통학로가 비행장을 우회하도록 돼있어 아이들이 불편하다며 시에민원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해당 지역출신 국회의원도 이 문제를 국회에서 이슈화해 군으로서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국방부는 먼저 공군측과 상의해 활주로를 개방하고 비행장을 가로지른 통학로를 개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해 9월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비행장이 개방됐고 지난 3월에는 활주로 좌우 풀밭지역에 폭 15m, 길이 880m의 꽃밭이 조성됐다. 그러나 비행장이전은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국방부는 이 진정서를 계기로 그동안 이용하지 않고 명목상 유지되고 있는 전체비행장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기된 민원이 해결되지 않은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2004년 11월부로 한국군에 반환된 판문점 인근 미군부대인 캠프 보니파스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한 할머니가 식당 문을 닫게됐다는 사연을 보내온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미군과 카투사를 대상으로 음식과 생필품을 팔아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을 만 하니까 문을 닫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판문점 일대 경비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된 이상 기지 앞 민간인 상가는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할머니는 손 때가 묻은 식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민원을 처리하면서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국민권익이 손상될 경우 양편의 조화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4년간 국방부 1만3천532건, 육군 3만2천2건, 해군 3천600건, 공군 3천206건 등 모두 5만2천340건의 각종 민원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4만5천151건(86%)이 해결됐고 3천663건은 부분해결, 3천526건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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