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에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늘어

2009년 이후 해마다 증가
낙찰돼도 채무 청산 힘들어



무섭게 곤두박질친 집값 때문에 급기야…
카드빚에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늘어2009년 이후 해마다 증가낙찰돼도 채무 청산 힘들어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A씨는 지난 2008년 저축은행에서 10억7,500만원을 대출받아 분당신도시 야탑동의 전용 164㎡ 아파트를 샀다. 하지만 이후 잠깐 오르던 집값은 곤두박질쳤고 A씨는 이자를 갚기 위해 2,000만원의 카드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썼다. 결국 이집은 이 2,000만원의 카드 신용 대출 때문에 경매에 나오는 운명을 맞게 됐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갚지 못해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적인 카드 신용대출액이 많아야 2,000만~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 안되는 카드빚 때문에 수억원짜리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셈이다.

2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경매물건을 조사한 결과 대출 등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카드 회사가 신청한 경매 물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회사가 신청한 경매 물건 수는 2009년 486건에서 지난해 553건으로 14%나 늘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6월 말까지 경매물건수가 328건에 달해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 물건이 낙찰자를 찾을지라도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채권액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건 가운데 상당수가 다른 선순위 채권 금융기관에 의해 중복 경매가 신청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카드사가 경매 신청한 물건 수 328건 중 절반가량인 152건이 은행ㆍ저축은행 등에 의해 중복으로 경매가 신청됐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1ㆍ2금융권으로부터 상당액의 대출이 있는 사람들이 채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낙찰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경매 처분이 이뤄지더라도 집주인은 부동산만 잃게 되고 채무는 청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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