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 「96 경제전망」 크게 빗나가

◎지나친 낙관… 정치권 입김 없었나/국제수지적자는 「과녁」밖수차례 수정 눈치 본 흔적/독립성 확보·우수인력 충원 등 시급 국책연구기관으로 가장신뢰를 얻고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이 작년 발표한 96년도 경제전망이 올해 경제실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 경제전망의 신빙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들 국책연구기관의 경기전망이나 예측은 정부의 국가경제운용계획의 밑바탕이 되고 기업들의 투자나 자금수급계획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국책연구기관들의 예측능력의 신뢰상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일부 민간경제연구소가 동시기에 발표한 경제전망치는 상대적으로 현실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체의 민간연구소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KDI는 작년 4·4분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7·5%에 달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올 2·4분기에 이를 7·2%로 낮추더니 3·4분기 들어서는 다시 6·8%로 조정했다. 경제성장률전망만 3번이나 바뀐 셈이다. 마찬가지로 KIET도 작년 하반기에 내놓은 7·4%의 전망치를 올 10월 수정전망에서는 6·7%로 0·7%포인트나 낮췄다. 96년도 경제 전망중 현실에서 가장 동떨어진 부분은 국제수지 적자규모다. KDI는 작년도 4·4분기 전망 수립시 올해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를 각각 56억달러와 24억달러로 내다봤다가 올 1·4분기 들어서는 수입 둔화를 예상, 65억달러와 13억달러로 수정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2·4분기부터 적자폭을 점차 늘려 3·4분기에는 1백88억달러와 1백14억달러로 대폭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KIET의 경우, 경상수지 예상적자액은 작년말 58억달러에서 올 10월에는 2백8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액은 작년 하반기 29억달러전망치에서 1백30억달러로 3∼4배 가량 상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KIET는 비교적 일관성있는 전망치를 유지했으나, KDI는 작년말 4·0%에서 올 3·4분기에는 5·0%로 수정해, 지난해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작년말 발표한 96년 경제전망은 국책연구기관들의 전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제 예상치에 접근했다고 지적됐다. 작년말 시점에서 가장 오차가 적은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우경제연구소의 경우, 96년도 GDP성장률은 7·1%,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액은 각각 62억 7천만달러와 32억5천만달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4·7%로 내다봐, 국책연구기관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렇듯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이 경제 현실과 달리 낙관론에 치우치는 반면 민간연구소의 전망이 현실적 정확성에 접근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의 97년도 경기전망이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KDI나 KIET가 정부산하의 연구기관이니만큼 이들의 경제 전망에 정치권이나 정부의 영향력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어, 국책연구소 경기전망에 대한 신용은 더욱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들의 예측능력향상을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연구원들이 연구에 주력할수 있는 환경과 여건의 개선, 우수연구원확보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신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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