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 북한과 함께 현지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북한 인력을 데리고 나가 건설 사업을 따내겠습니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내고 현대아산 부회장으로 대북사업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김윤규 아천세양건설 회장이 최근 인수한 세양건설을 교두보로 중동 건설 사업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재기 행보를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회장은 25일 오전11시 광화문 대우빌딩 아천세양건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중동 현지에는 공사를 담당할 인력이 적어도 5만명은 부족하다”며 “임금이 싼 북한 인력 3만명을 데리고 중동으로 진출해 오일달러를 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지난 3월 북한 측과 인력교류를 위한 협상을 맺었으며 7월에는 북한 고위층과 함께 고찰단을 편성해 두바이ㆍ카타르ㆍ아부다비ㆍ쿠웨이트ㆍ카자흐스탄 등 5개국을 탐방하며 사업 계획을 세웠다. 김 회장은 “북한은 중동 등에서 꽤 높은 수준의 공사 하청을 담당하는 등 인력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며 “고 정주영 회장이 물려준 유산을 이어받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업인 달러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구상대로 북한 인력과 국내 건설 기술의 합작이 이뤄질 경우 중동 현지 공사 수주에는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 인력의 1인당 임금은 월 50만원 수준으로 국내 인력 임금의 6분의1 수준인데다 성실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천세양건설은 중동 현지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과도 공사 수주를 위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아천세양건설은 서울 신림동에 오는 29일부터 오피스텔 ‘아르비체’를 공급하는 등 김 회장 브랜드를 활용한 국내 건설 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김 회장 취임 후 올해 수도권에서만 재개발 재건축 수주를 4건이나 따내는 등 사업 규모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취재진만 40여명이 몰려 김 회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 등 민감한 질문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피했으나 국내 여행객 피살로 인해 금강산 관광길이 막힌 것에 대해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린 결과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 안타까울 뿐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