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경제개혁 주도… 일단 출발은 순조

■ 시진핑호 출범 100일
소득분배·성장모델 전환 등 10년 로드맵 시동
대미 갈등·극빈층 불만 등 난제에 안착 미지수


지난해 11월15일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에 오른 시진핑 총서기가 22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일단 대내외적으로는 '순탄한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패척결과 경제개혁에다 G2의 수장에 걸맞은 스타일을 선보이며 중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시 총서기의 취임 100일을 맞아 해외 주요 국가의 평가와 반응을 기획기사로 실었다. 인민일보는 "시 총서기는 중국의 꿈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해 두 개의 100년을 목표로 중국을 새로운 단계에 올려놓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과 국가관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일단 시 총서기가 최대 개혁과제인 부패척결에 나선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 총서기는 취임 초기부터 부패척결을 외치며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위급 관료들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싱가포르 매체인 자오바오는 "시진핑이 권력을 제도의 새장 속에 가뒀다"고 평가했다.

일등국가로 나선다는 '중국의 꿈'은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평화발전을 강조하면서도 '국가 핵심 이익에 거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미국과의 동북아시아 패권다툼 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총서기가 3월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첫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한 것도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 총서기가 100일간 보여준 정책 로드맵의 근간은 경제개혁이다. 오는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2배 신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소득분배를 위한 경제개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국무원이 국유기업의 배당수익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높여 소득분배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경제개혁의 밑그림인 셈이다.

하지만 시진핑호의 안착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국 바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부패척결의 경우 정작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지기반인 공산당을 개혁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부까지 연루된 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투명성ㆍ법치ㆍ민주주의가 부패를 뿌리 뽑는 효과적인 길이지만 최근 부패척결은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쇼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외교안보 정책에도 지뢰밭이 곳곳에 있다. 시 총서기는 영토주권 등 핵심 이익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아세안과의 남중국해 분쟁,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 미중 간 사이버 전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개혁을 통한 빈부격차 해소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가자본주의로 발생한 부작용의 핵심인 국유기업 개혁, 소득분배, 도농 간 격차완화 등 큰 틀의 그림은 나왔지만 어떻게 시진핑 스타일의 색을 입힐지는 미지수다.

또 기존의 수출ㆍ투자 중심에서 소비가 주도하는 경제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섣불리 경제 모델을 바꿨다가 성장 잠재력이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민생 문제도 시 총서기가 100일을 보내며 몸으로 부딪쳐온 과제다. 극빈층ㆍ농민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점증하는 중국인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지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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