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신헌법에 반대하던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는 근거가 됐던 긴급조치 4호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4호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급조치 1·9호에 이어 4호 역시 위헌 판결이 나면서 과거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나 유족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과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북한 체제를 찬양ㆍ고무하고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4호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 받고 복역한 추영현(83)씨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4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추씨는 지난 1974년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하는 등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 2심에서 각 1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추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형이 확정돼 4년 2개월간 복역한 후 출소했고 2009년 6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재심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 단체의 가입 및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해 비상군법회의에서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