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2일 자정께 서울로 돌아와 1박 2일간의 빽빽한 중소기업 현장 투어를 마쳤다. '대책반장'으로 불리며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등 경제난 해결에 앞장섰던 김 위원장의 중소 살리기 해법을 찾는 여정에는 신용보증기금ㆍ정책금융공사ㆍ기업은행ㆍ기술신보 등 정책기관 4인방의 수장들도 동행해 거들었다. 주요은행 자금담당 임원들 역시 동참해 머리를 맞댔다. 여기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라성 같은 간부들까지 거느리고 김 위원장은 충청ㆍ전라ㆍ경상도를 누볐지만 곳곳에서 당황스럽고 심각한 상황들을 피할 수 없었다.
창업 문턱에 선 20대 대학생부터 40년간 중소기업을 일궈온 노장 기업인까지 세대는 물론 지역의 구분 없이 '이 땅에서 중기인으로 사는 아픔을 아느냐'는 듯 문제점을 콕 찍어 보여줬기 때문이다. 충북대 3학년 박준기 학생이 "창업 경진대회가 '스펙'을 쌓아 대기업 취업에 이용될 만큼 창업에 불안과 부정적 시선이 따가운 현실을 아느냐"는 지적에 천재 소리를 듣던 김 위원장조차 답을 못 찾아 "젊을 때 사업하다 망해봐서 어려움은 안다"고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진석형 허그정보기술 대표가 "은행 대출이 사업성이 아닌 매출, 직원 수 등에 좌우된다"고 꼬집자 김 위원장은 "어떤 은행인지 얘기하면 당장 시정할 것"이라고 불같이 역정을 냈지만 진 대표 앞에 선 벽이 수만 중기인 앞에 똑같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보증부대출 금리가 담보대출보다 높은 것을 아느냐"는 질타에 금감원 부원장은 '그럴 리 없을 것'이라는 표정을 짓다 "은행 검사 때 집중 점검하겠다"고 늦게나마 약속했다. 신보와 기보, 정책공사 대표들은 야심차게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제 때 먹히지 못하고 아예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말문이 막혔다.
1박 2일간 몸으로 체험한 중소기업의 문제점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또 묻혀서는 안 된다. 내년 초 발표하기로 한 '창업ㆍ중소 금융환경 혁신 대책'에 속 시원한 해답이 담길지 경향 각지의 수백만 중소상공인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