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3개월째 급증…무역수지기반 약화총선으로 가려졌던 한국의 무역수지, 환율, 주가지수 등 3대 거시 경제지표가 이미 상당히 불안정한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복원된 한국의 경제기반을 안정 성장으로 유도시키기 위해서는 무역수지 개선, 소비억제 등을 통한 「소프트랜딩」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 및 외국계 주요 금융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환율동향, 주가수준 등 거시 경제지표는 「하나의 요소가 악화되면 곧 바로 여타 요소도 동반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된 외화자금은 자칫 원화가치 고평가->수출 여건 악화->무역수지 흑자 기조 약화->해외자본 유출->환율 상승->외화 유동성 경색이라는 악순환을 촉발, 한국의 경기사이클을 나쁜 국면으로 회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실물경제의 기반이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해도 아직 충분한 내성을 갖추지는 못한 실정』이라며 『특히 올들어 시중 유동성 증가로 수입이 폭증,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위협받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지난 3월말 현재 무역수지 흑자 누계치는 5억5,000만달러.
4월 무역수지 흑자도 3억달러선으로 예상됨에 따라 흑자 누계는 8~9억달러에 불과, 언제든 무역수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한국의 소비증가 추세를 주목하고 있다』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가 급증한다면 수입증가->무역수지 적자->금리 상승->인플레 압력 등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은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으나 은행등 제도금융권의 저금리시스템과 주식시장의 투자리스크 증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등으로 이렇다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소비심리만 자극, 호화사치성 수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4월중 수출증가율은 21.7%인 반면 같은 기간 수입증가율은 50.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입증가율은 지난 1월에만 45%대를 기록했을뿐 이후 3개월 연속 50% 이상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무역수지 흑자기반은 상당히 취약해진 것으로 드러나 소프트랜딩을 위한 과감한 정책 결정이 시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해외의 시각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국계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후 대북 자금지원이 불가피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해 과도한 자금이 지원된다는 판단이 서면 외국자본의 한국이탈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쉽게 말해서 그동안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컨트리리스크(국가위험도)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했으나 긴장완화가 상당히 진전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전쟁발발 가능성과 같은 리스크 관리의 차원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비용부담과 이에 따른 경제 유발 효과 등 이해관계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한편 지난 15일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는 85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증시로 유입된 외화자금은 13조7,338억원(1달러당 1,100원으로 환산시 12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
김형기기자KKIM@SED.CO.KR
입력시간 2000/04/25 17:47